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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정신 계발의 방향 제시|삼성문고 4권의 내용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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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 정신의 계발이라든가 국민 총화를 위한 정신적 밑받침과 같은 과업은 오늘날 한국이 당면한 커다란 과제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 문화 재단이 전개해온 도의 문화 운동이나 삼성 문화 문고의 발간 사업은 한국 출판 문화의 새로운 전개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함께 커다란 수확을 올리고 있다. 삼성 문화 재단은 최근 삼성 문화 문고 3, 4권으로 「아놀드·토인비」저 홍사중 역 『대화』와 호적 저 민두기 편역 『호적문선』을 내었다.
문고의 첫 권인 『독일 국민에게 고함』 (괴히테 저·김정진 역) 은 패전으로 절망한 독일 국민에게 생활의 지표를 주고 민족적 자각을 통해 활기 있는 미래를 설계하도록 촉구한 철학자 「피히테」의 강연을 수록한 것이었다.
제2권 『명이대방록』 (황종의 저·전해종 역)은 이 민족인 만주족에게 지배를 받은 소국시대의 중국인들에게 조국애를 고취하면서 동시에 올바른 정치란 무엇이며 참다운 군주와 현신은 무엇인가를 밝힌 동양인의 정론이었다.
이 2권의 책은 각기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동서양 두 나라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저술이었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바탕은 줄기찬 조국애와 참다운 인간 교육의 진리를 추구한 점에서 공통되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이 추구한 「국민적 위기의 극복」에 대한 정열은 비록 시대와 상황을 달리하기는 하나 한국이 처해 있는 역사적 고난의 극복이란 민족적 일표와 상당히 밀착되는 연관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독일 국민에게 고함』은 조국이 존망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동포의 자각과 애국심에 호소해서 독일 국민을 계몽, 결속시켜 망국민의 사기를 고무, 격려하는 역할을 했다. 그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타락·부패한 당시 독일 사회의 죄악을 통박, 이를 근본적으로 구출하는 방법으로서 참다운 새 국민 교육에 의한 국민 전체의 새로운 자각과 실천을 강조함으로써 1세기 반전에 독일 국민의 정신적 기반을 형성케 하는데 공헌했다.
또 『명이대방록』은 전통 중국의 정치·경제·군사·교육 등 중요 문제를 다루면서 당시의 시폐를 역사적 배경 속에서 해부하고 이상적 제도상을 제시하고 있다. 시폐의 예리한 비판, 애국에의 충정과 탁월한 광 정책의 제시로 일관한다. 일면 이러한 논리의 전개에서 중국적 전통의 보존이라는 애국의 면이 강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이번에 나온 제3권 『호적문선』에서도 앞의 저서들에서 보이는 것 같은 애국주의와 국민 정신의 계발, 새로운 국민 교육과 같은 일면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실린 「5·4 운동기념」 「신사조의 의의」 「일본 국민에게 경고함」등 호적의 논문에서 특히 그것은 두드러진다.
중국의 가장 격렬한 변동기에 있어서 특히 1910년대 후반의 문학 혁명·신문학 운동 때의 주인공으로 활약한 호적은 중공과 대만이 아직도 도외시할 수 없는 근대화 운동의 상징으로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호적 사상의 독특성은 중국 문명의 전통에서 자라 봤으면서 근대화를 위해 중국 전통의 내용을 철저히 부정했던 점에서 두드러진다.
서화를 위해 전통 파괴에 용감했던 정신은 다른 의미의 애국주의이며 또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공의 「건설」을 위한 「정지」의 정신적 밑바탕으로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전통 가운데서 주지주의·인본주의·자연주의·한의 사상과 같은 귀중한 장점을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과학 정신·과학적 방법의 힘으로 되살리길 주장했다.
호적이 주장한 그러한 근대화·서구화로의 변혁의 주장은 물론 부정적인 요소도 갖고 있다.
특히 교육받은 미국에의 향수를 바탕으로 한 그의 서화 주장은 한국 지식인이 닮아서는 안될 취약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대화 시대에 앞장섰던 이 동양 지식인의 사상 가운데는 한국 지식인이 배워야할 정신이 더 많은 것이다.
이러한 동양 지식인의 정신적 고민은 실제 20세기 후반기에 있어서는 세계 지성인의 문제로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제4권 『대화』에 나타나는 인간의 문제들은 그 점을 분명히 한다. 영국의 사가이자 세계의 지성 「토인비」 박사에게 던져지는 한 동양인의 질문은 『온 세계의 성장하고 있는 세대로부터 제기되는』 질문이다.
오늘날 세계는 공동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가장 큰 문제 『우리들 인류는 어떻게 미래를 살 것인가?』에 해답을 구하고 있다.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서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새로운 인위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인간이 생활을 건너갈 것인가? 또 어떻게 해서 살아 남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토인비」는 적절하고 진지한 인간 최선의 길을 제시해 보고 있다.
그는 사랑·예지·창조라는 세 가지를 사는 목적으로 제시하면서 성실한 삶의 길을 현대인에게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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