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민간경제백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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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경련은 『71년 민간경제백서』를 발표, 72년의 한국경제를 종합평가하고 72년도의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있다.
전경련은 이 백서에서 71년도의 경제를 『고 수출하의 불균형심화와 불경기로 특징지어지는 이상경제』였다고 규정하고, 이를 시정키위해서 72년에는 정책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즉 그들은 재정금융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서 ①자금경색의 원인을 형성하는 수출지원금융을 가득율 중심으로 개선하고 ②공산품가격의 상대적 저상승 경향을 시정해야 할 것이며 ③무리한 조세징수를 완화시키고 ④농공간의 불균형을 시정토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또 그와 동시에 기업 스스로도 기업경영을 합리화시키고 재무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하겠음을 촉구하고 있는데, 전경련의 이 같은 평가는 대체적으로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비록 전경련의 지적이 원칙적으로 옳다하더라도 이 나라 경제가 오늘날처럼 심각한 난국에 직면하게된 책임의 상당부분은 기업측도 함께 이를 부담해야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며, 그렇다면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제시한 전기한 분석평가들은 사태수습을 위해 그들의 있는 성의를 다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
솔직이 말하여 오늘날 우리의 경제사정은 전 국민적 단합으로서도 여간해서는 타개하기 힘드는 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인데 경제활동을 지배하는 이대지주라 할 정책당국과 재계의 사태개선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내는데 있어 이처럼 보다 철저한 자아비판이 없다면 그것은 너무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당국이나 재계는 오늘의 시점에서 기본정책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에 대해서 보다 진지한 검토를 가해야 할 것이다.
당국이나 재계가 근본적인 문제에는 되도록 언급을 회피하면서, 전체적인 시야에서는 오히려 지엽적이라 할 재정금융정책의 개선론만에 집착하는 태도를 가지고서는 결코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있는 경제적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할 사항인가를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외환사정 국제수지 산업구조 그리고 부실기업 등 기본요인을 전제로 할 때, 우리로선 살을 에는 고통을 견디면서라도 당분간 불황을 감수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불황을 타개하고 계속 고도성장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이 옳은가를 먼저 분명히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전체적인 국면이 불황을 감수함으로써 체질개선을 기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에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불황타개를 선행시키려 한다면, 결국 모순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아직도 크게 남아있고 모든 여건이 고율성장을 추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황을 감수한다면 그것도 합리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과연 그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유리한 것이냐를 먼저 가려내야만 그에 부합되는 현실적인 정책이 논리성 있게 수립 집행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계속 성장율에 집착한다든지 구제금융을 확대시켜 모순의 노출을 연기시키는 것 보다는 차제에 대담한 체질개선작업을 추진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엽적인 정책개선보다는 현재의 불황을 오히려 필연적인 진통으로 받아들여 우리의 경제체질자체의 근본적 개선을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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