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괴 추파에 조심스런 외면. 여행제한 연장조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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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미 국무성의 일부 예상을 뒤엎고 북괴·월맹·「쿠바」지역의 여행 제한조치를 다시 1년 동안 연장함으로써 한·미 관계를 냉각시킬지 모르는 요소하나가 당분간 제거됐다.
북괴가 미국에 대해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암시를 계속 보내오는 가운데 미국이 여행제한을 철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이 강력히 고개를 들었다.
이러한 관측의 계기는 북괴 측 『신호』에 대한 「로저즈」의 긍정적 반응이었다. 「로저즈」기자회견을 전후하여 일부 외교관들이 여행 제한조치를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러나 「로저즈」장관은 특히 지금이 한국과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 실무진의 건의를 번복했다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더우기 지금까지는 6개월마다 연장하던 것을 이번에는 파격적으로 1년 연장한 것은 한국에 대한 상당한 배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기간을 「로저즈」가 말한 북괴와의 관계개선에 관한 한국정부와의 협의기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가지 명백히 밝혀야할 것은 미국정부가 여행제한 조치를 1년 연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미국사람들의 북괴·월맹·「쿠바」에 대한 여행을 완전히 저지하는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는 점이다.
미 교수 「스토슨·린드」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하노이」여행을 하고 와서 정부가 그의 여권을 압수하자 그는 1968년 3월 「러스크」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워싱턴」공소원 및 연방대심원에서 「린드」의 승리로 끝났다. 연방대심원이 미국정부는 국민의 해외여행지역을 제한하지 못한다고 최종 판결함으로써 정부는 그런 지역을 여행하는 국민을 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된 것이다.
정부는 다만 해외여행에 관한 규칙으로서 북괴·월맹·「쿠바」 여행을 제한하고있는데 기자·학자·과학자들만이 정부의 특별허가를 얻어 여행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북괴를 여행한 미국사람은 「블랙·팬더」(흑표범) 단원뿐이다. 국무성의 한 관리는 북괴·월맹·「쿠바」를 여행할 수 있도록 여권의 여행지역 제한 조정을 해제 받은 기자는 매달 2명 내지 3명 정도로 총 50∼75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 사람들은 입국사증(비자)만 받으면 평양·「하노이」·「아바나」를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대심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행제한 조항을 삭제 받는 절차를 굳이 받는 이유는 사사로운 말썽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무성의 한 관리는 말했다.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일부 미국기자들은 북괴 측 여행허가를 얻으려고 상당히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성 관리를 포함한 이곳 「업저버」들은 만약 미국기자가 평양에 가게된다면 최초의 여행자는 아마도 「워싱턴·포스트」지의 「셀리그·해리슨」 특파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슨」기자는 최근 북괴 관계기사를 많이 쓰고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한 소식통은 이 신문이 「해리슨」기자를 평양에 들여보내려고 상당기간 동안 노력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일부 미국 기자들의 북괴여행 시도는 북괴의 최근 미소공세 이전에 시작됐지만 그 동안 전망이 밝지 못했다가 북괴가 최근 일본 기자들을 여행시키고 미국에 대해 태도를 완화할 뜻을 비치자 북괴 여행 노력이 다시 활기를 띤 것 같다.
그러나 비록 50∼75명의 기자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여행허가를 받았지만 북괴가 실제로 여행을 허가할지도 의문이며 허가한다해도 그 수는 극소수, 아마도 우선은 한 두 사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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