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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천국 「이집트」에 여권향상 새 신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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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부터 처를 4명까지 둘 수 있다는 「이슬람」세계의 혼례 관습 때문에 남성천국이라 불려온 「이집트」에 여권향상을 골자로 한 새로운 신분법안이 마련되고 있어 뭇 남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현재 이 신분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주인공은 「아랍」공화국 「사다트」정권의 홍일점 각료인 「아이샤·라테브」 사회상이다.
이 새 법안에 따르면 『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임증 이든가 특히 재판관에 의해 이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 한해 이혼을 허가하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금지』한다고 되어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금고형을 포함한 실형을 과하도록 규정, 남자들의 권위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졌다. 고래로 내려온 「이슬람」세계의 관습은 부인을 4명까지 둘 수 있는 데다 특히 남자는 이혼하기가 쉬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내여, 이혼한다』고 세 번 말하기만 하면 간단히 추방하는 특권을 누려왔었다.
처를 추방한 후 남편은 새로이 여자를 맞아들이는 것도 쉽고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이 관습을 악용, 부인을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마음에 들지 않아 한번 이혼 당한 여인은 재혼하기가 극히 어렵다. 15, 16세의 나이 어린 처녀가 결혼 후 2∼3개월만에 이혼 당해 일생을 독신으로 끝마치는 예는 허다하다.
「라테브」사회상이 「이집트」여성을 대표해서 학대받는 여성의 인권을 되찾으려는 새 신분법안을 마련하는 데 대해 남성들의 반대 또한 대단하다.
종교계의 일부에서는 『너무나 급격히 개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대의견을 보였고 결국 『이혼을 제기해서 법정에서 각하 될 경우 남편은 1년이 경과한 후 다시 신청할 수 있다』는 구제조항을 법안에 첨가하기로 했다.
특히 이 법안의 핵심은 『첫 번째 부인은 남편에게 이혼을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 「이슬람」세계에서 법률이 부인의 이혼권을 인정한 것은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개혁이다. 이혼 당한 여자가 살아나가기 극히 힘든 「이집트」에서 남자가 4명의 처를 거느린다는 것은 여성들의 생활을 구제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실제로 여자 측이 이혼권을 발동할 수 있을는지는 두고볼 일-. 『아내여, 이혼 이혼 이혼할지어다』-남편이 제3자 앞에서 이렇게 3번 선언하면 부인은 묵묵히 남편을 떠나야했던 「이슬람」의 관습도 이제 서서히 무너져 가는 것 같다. <주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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