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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제조법과 감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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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식초는 우리들의 미각을 돋우어 주고 식생활을 즐겁게 하는 청량산미료로서 예부터 애용되어왔다. 더구나 「아미노」산 등을 포함한 「알칼리」성 식품인 식초는 피로회복에도 좋은 식품이다. 최근 식초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을 계기로 식초의 정체를 알아보기로 한다.
식초는 3∼5%의 초산을 주성분으로 하고 그밖에 약간의 주석산과 호박산이 들어있다. 만일 식초 중에 초산이 적을 때는 물이 많고 식초가 적게 들어있어서 부패균이 번식하고 식초는 상하게 된다. 그래서 시판되는 식초 중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방부제를 첨가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식초 제조법=식초는 크게 양조초와 합성초로 나눌 수 있는데 동양에선 그 제조원료에 따라 쌀로 만드는 쌀초(미초), 고구마초, 주정으로 만드는 주정초와 막걸리 같은 술로 만드는 주초 등이 있고, 구미에서는 엿기름으로 만드는 초, 포도·사과와 같은 과실로 만드는 과실초가 있다.
식초를 만들려면 우선 원료를 선택해야 하는데 주정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기로 한다. 먼저 5∼8%로 희석한 주정에다 약간의 감주 엿 신술(부패주)을 섞은 뒤 섭씨30도 내외에서 초산균에 의한 초산발효를 시켜 식초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이용하는 주정은 전분질 원료인 고구마·감자·옥수수·밀을 쪄서 누룩을 섞는다.
이 누룩 속에는 전분질을 당분(산아당)으로 하는 누룩곰팡이와 당분을 다시 「알콜」(주정)과 탄산「개스」로 만드는 효모(이스트)의 작용을 받게 된다. 이렇게 하여 얻은 주정에다 질이 좋은 초산균을 번식시키면 주정은 이 균에 의해서 산화되어 초가 된다. 즉 식초는 술이 시어져서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식초를 만들려면 좋은 전분질 원료와 질이 좋은 초산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식초 중에 초산의 함량을 많이 하려면 많은 주정과 술이 있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재래식 식초제조법=우리 나라 재래의 식초는 그 향기와 맛이 참 훌륭하였다.
옛날에는 가정에서 술을 빚을 수 있어서 약주도 탁주도 있은 때다. 그래서 집집마다 초항아리를 두고 여기에 먼저 감주를 만들어 넣고 이것에다 신막걸리나 약주를 붓고 초아재비(초산균)를 얻어다가 섞은 후에 따뜻한 아랫목에 놓아두면 감주는 술이 되고 술은 시어져서 맛이 있는 식초가 된다.
지금도 불편은 하지만 안심하고 식초를 먹으려면 이 제조법을 이용하면 되지만 가정에서의 양조는 위법이고 또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주나 막걸리는 순곡주도 아닐뿐더러 술 자체에 방부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사실상 가정에서의 식초제조는 불가능한 실정에 놓여있다.
◆식초로 대용할 수 있는 산미료=봄·여름철에 생산되는 제주도산 「오린지」(여름밀감)를 짜서 쓴다.
가을철에 나는 석류와 유자를 이용하면 산미나 향기가 양조식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식초로 대용될 만한 유기산에는 구연산·주석산·유산이 있다.
구연산…유기산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귤(오린지) 중에 들어있는 것인데 이것은 화공약품상에서 살 수 있다. 이것을 물로 3∼4%가량으로 묽게 한 것에다 설탕을 약간 섞어서 쓴다.
주석산…포도·머루와 같은 과실 속에 들어 있는 유기산인데 그 맛은 구연산보다는 못하지만 이것도 결정을 2∼3%로 물에 녹힌 뒤 설탕을 섞어 쓴다.
빙초산…순수한 것을 4∼5%로 풀어서 설탕을 섞어서 쓴다.
◆식초감별법=합성식초는 냄새가 강하고 맛을 보면 혀끝에 쓴맛이 남지만 양조초는 그렇지 않다. 붉은 살 생선을 약간 도톰하게 저며서 초에 30분간 담그면 합성초는 겉만 희어지고 속은 근대로 있는데 비해 양조조는 겉과 속이 균등하게 약간 변한다.
계란 흰자위에 식홍으로 물들인 식초를 부으면 좋은 초는 아래로 가라앉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흰자위에 그대로 남는다. [윤일섭<경희대교수·식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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