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미용연구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900년대의 신여성들이 댕기머리를 잘라버리고 단발과 「퍼머넌트」를 시작한지 70년이 가까워온다. 그 70년 동안 우리 나라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은 완전히 새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이 새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만족할 만큼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양장과 단발은 같은 무렵에 시작되었고, 새「헤어·스타일」은 양복을 입지 않는 여성계층에까지 광범위하게 보급되어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은 의상 「디자인」분야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진 느낌이다.
미국·구라파 등지에서는 「헤어·디자이너」와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구분되어 있다. 「디자이너」는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 유행의 방향을 제시하고 개개인에 맞는 머리형을 「디자인」한다.
「스타일리스트」는 정해진 흐름 속에서 어떻게 아름답게 머리를 빗길까를 연구하는 숙련공의 자세를 취한다.
어디 내놓아도 손재주로는 빠지지 않는 우리 나라 여성들은 많은 숙련된 미용사들을 배출하고 있다. 전국규모인 미용사중앙회에 등록된 회원수는 1만5천명이나 된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결과적으로 『잘 빗겨진 똑같은 머리형』을 한 여성들이 거리에 범람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
미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미용학원을 마치거나 실무에 3년 이상 종사한 후 시·도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패스」해야 한다. 학원에 따라서는 3개월, 4개월, 1년「코스」중 1년「코스」를 마친 사람에게는 졸업과 함께 자격증을 주기도 한다. 입학자격은 보통 중학졸업이상으로 잡고있다.
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각 미장원에서 1, 2년 동안 견습미용사로 일하게 되는데 이때의 보수는 교통비정도를 넘지 못한다. 견습을 거친 후에는 미장원의 급에 따라 1만원∼3만원 정도의 보수를 받지만, 이때의 수입은 그가 확보하는 고객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미용연구가 문옥현씨는 『1급 미용사가 되면 대학교수 이상의 수입을 갖게되는데 손재주와 대인관계의 기술에 따라서 1년 안에 1급 미용사가 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미용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일반적으로 중학졸업 정도이던 수강생이 요즘에는 여고·대학졸업으로 높아졌으며 미용사의 교육수준은 이미 상당히 높아져있다』고 말한다.
일 자체가 여성에게 기쁨을 주는 일일뿐 아니라 나이에 제한을 받지 않고 솜씨에 따라서는 월수 10만원대 이상을 올릴 수도 있는 매력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 교육받은 여성자원의 흥미가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일본 등지에서 유학하고 온 젊은 미용연구가들이 만만치 않은 「데뷔」를 하기도 한다.
「뉴요크」의 「윌프리드·아카데미」미용학교를 마치고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 「폴·미첼」의 조수로 일하다가 5년만에 귀국한 「그레이스 이」여사는 자신의 전공인 「헤어·커팅」을 살려 『우리 나라 여성들의 머리를 가꾸는 습관과 풍토를 바꿔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미용연구가의 역할이 모든 여성을 미장원에 불러 들여 몇 시간씩 머무르게 하면서 예쁘게 머리를 빗겨주는데 있는 게 아니라 『여성 하나 하나가 자기 손으로 자기에게 알맞는 머리를 빗을 줄 알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퍼머넌트」와 「커팅」만으로 고객의 머리형을 「디자인」해주고 매일 매일의 손질은 고객 자신이 하도록 하는 미용실의 운영을 이 여사는 구상하고 있다. 고객은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미용연구가는 그 시간에 「디자이너」로서의 연구와 「하이·패션」에 전념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일반여성의 머리 만지는 솜씨가 높아질 때 미용사의 수준과 인식도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멋을 내는데 즐거움을 느끼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으며 미용사에 대한 요구는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면서 이 여사는 교육받은 여성들의 진출을 권하고 있다. <장명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