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하의 쟁의 조정-노동청서 시달한 그 예규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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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9조1항 『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또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미리 주무관청의 조정을 신청해야하며 그 조정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에 의거, 노동청은 3일 「국가비상사태하의 단체교섭권 등 조정업무 처리요령」을 예규로 만들어 서울특별시·부산시·도지사 및 각급 노동위원회에 시달했다.
「국가보위 특조법」이 지난해 12월27일 발효됨에 따라 노동 3권 중 근로자의 단결권만 인정되고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유보되어있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의 개선 등을 내세운 노동쟁의가 불가능했다. 또 근로자들은 「국가보위 특조법」에 따라 『주무관청의 조정을 신청하여』 단체교섭을 하려해도 조정신청 절차·해당 주무관청 등이 애매하여 단체교섭 신청을 할 수 없었다.
노동청이 마련한 단체교섭권 등 조정업무 처리요령은 이 같은 점을 감안, 비상사태 하에서도 「국가보위 특조법」의 테두리 안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등의 행사를 신속, 공정하게 처리할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국가보위 특조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노동쟁의는 노동쟁의 조정법에 따라 해결되어 왔으나 이제 「국가보위 특조법」에 저촉되는 한에서는 노동쟁의 조정법은 효력이 정지되어있다.
새로 마련된 「조정업무 처리요령」에 의하면 근로자 및 근로자 단체 또는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하고자 할 때는 조정을 받고자하는 사항, 당사자의 주장 및 이유 등을 기재한 단체교섭 조정신청서를 당해 행정관청에 내도록 되어있다.
당해 행정관청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을 관할하는 서울특별시장·부산시장 또는 도지사로 정하고 있다. 또 해당사업 또는 사업장이 이 행정관청의 2개 이상의 관할에 속하는 경우와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 조정에 관한 임시특례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주무관청이 노동청장으로 되어있다.
「조정업무 처리요령」의 특색은 『관할 주무관청은 단체교섭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신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조정결정을 하여야한다』는 것과 관계당사자는 『이 조정결정에 따라야한다』는 강제성에 있다.
또 국가보위 특조법 9조1항에 의한 단체행동(노동쟁의 또는 쟁의행위)은 단체교섭의 조정결정이 될 때까지 그 행사를 신청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이상 「조정업무 처리요령」의 내용으로 보아 노동쟁의 조정법과 비교해서 3가지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일체의 노동쟁의는 특별·직할시장과 도지사 등 지방장관과 노동청장이 조정을 맡게되었고, 둘째 당사자는 이 조정에 반드시 따라야 하며 셋째 파업·태업·직장폐쇄 등 실력행사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종래에는 임금·노동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간의 주장이 불일치한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노·사 당사자는 노동쟁의 조정법에 따라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신고를 하도록 되어있다.
신고를 받은 노동위는 당사자 쌍방에 알선·조정·중재를 하는 한편 쟁의의 적법여부를 판정해야 한다.
적법판정을 받은 쟁의는 일반사업의 경우 20일, 공익사업의 경우 30일간의 냉각기를 거쳐 동맹파업·태업·직장폐쇄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었다(보사부장관이 인정하는 긴급조정이 필요할 경우는 예외가 있음).
이와 같이 노동쟁의 조경법과 「조정업무 처리요령」이 크게달라 이제 행정관청의 조정을 거치지 않으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 「조정업무 처리요령」의 재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먼저 법적 견해에서 「국가보위 특조법」12조 시행령에 관한 『이 법에 관하여 위임된 사항, 또는 이 법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과 관련된 문제이다. 동 법 부칙 1조에 『이 법은 공포한날로부터 시행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별도의 시행령이 제정되지 않아도 노동청 예규로서의 「조정업무 처리요령」으로 「국가보위 특조법」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고 시행령을 동 법 12조 규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조정업무 처리요령」을 제정한 노동청에서 당사자의 자주적 노동쟁의 해결노력을 일체 불허한다는 견해가 문제가 된다.
종래 노동쟁의 조정법은 쟁의가 발생할 경우 노·사 당사자간에 자주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정부도 이에 협조하여 쟁의방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노·사간에 20%임금 인상의 교섭이 당해 행정관청에 쟁의교섭 조정신청을 하기 전에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견해는 번거로운 행정관청의 단체교섭 조정 전에 노·사간의 자주적인 협의에 따른 단체교섭을 봉쇄하여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행정관청의 조정결정이 최종적인 점에도 문제가 있다.
조정결정에 어느 당사자 편이 불만이 있는 경우 해결책이 없다. 조정결정을 행정처분으로 보아 위법·불만이 있는 경우 소원·행정소송 등 행정구제책이 있다고 보이나 『조정을 신청해야하고, 그 조정에 따라야 한다』고 보아 조정결정이 위법·부당한 경우 외에는 30일 시한의 조정이 절대적인 것이다. 이는 「국가보위 특조법」을 위반할 경우의 벌칙규정이 있는 것을 들어 알 수 있다.
기타 각도·서울특별시·부산시의·단체교섭 조정 전담기구 문제·조정결정의 공정성 등의 문제가 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의 권익옹호 문제에 관련, 크게 주목된다.
노동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발생한 노동쟁의 건수는 모두 1백1건에 행정관청 조정으로 51건, 노동위 조정으로 26건이 해결되었고 16건이 미결상태로 남아 있으며 비상사태이후 9건이 발생, 7건이 해결되었다. <안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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