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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무의 경관은「낙제가장」|화재로 집과 딸을 잃은 어느 순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찰관으로서 일에 쫓기다 보니 결국 가장의 구실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지난 21일 밤 석유난로의 화재로 엄청난 재난을 맞은 김강수 순경(33·서울마포구 공덕동38의40)은 보수에 비해 너무나 일이 많은 말단 경찰관으로서의 책임과 가장으로서의 책임사이에서 빚어진 불행 앞에 넋을 잃고 있다.
이 불로 김 순경은 딸이 목숨을 잃고 아내와 두 자녀가 중화상을 입었다.
21일 밤 김 순경은 야간근무에 나갔다. 그사이 석유가 떨어져 난로 불이 꺼지게 되자 생전처음 석유난로를 만져보는 오씨는 난로의 심지를 내리지 않고 석유를 붓다가 불을 낸 것이다.
「펑」하면서 난로가 터져 순식간에 전재산인 초가집이 불타고 셋째 딸 순연 양(7·소의국 4년)이 불타죽었다.
오씨와 둘째딸 문 숙 양(9) 둘째아들 민 수 군(4) 등 3명은 전신에 중화상을 입었다.
초소에서 근무 중『집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갔을 때는 초가집이 있던 자리는 잿더미가 되었고. 작은딸은 불타 죽어 눈감고 있었다.
김 순경은 작년에도 맏아들 공 연군(6) 을 잃었다. 병사한 것이지만 이때는 경신고교의 강도살인범 김종군을 잡기 위해 천안시내를 한창 뒤지고 있을 때여서 아들 사망소식을 듣고도 집에 가지 못했었다.
말단 순경의 생활은 봉급도 넉넉하지 못하면서 한 달에 20일은 들어가지 못하는 고된 것이었다. 집에 들어갈 때도 늦게 들어가고 일찍 나와 자녀들과의 애정을 깊게 할 시간이 모자라 언제나 아빠는 밉다는 불평을 들어왔다고 김 순경은 되뇌었다.
김 순경은 동국대학교를 나온 학사경관. 7년 전에 경찰에 들어왔고 열심히 일해 모범경찰관으로 신임이 동료간에 두터웠다.
하루아침에 삶의 보금자리를 송두리째 잃은 동료를 돕자고 선배·동료들이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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