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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컴퓨터·프로그래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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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국가기관과 여러 대기업에서 전자계산기를 들여오면서 새로운 일자리로 등장한 전자계산기 「프로그래머」는 한 두 달 동안의 강습을 받고도 쉽게 손댈 수 있은 직업인 반면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일에 걸친 실무경력과 계속적인 공부가 요구되는 직업이다.
전자계산기 「프로그래머」교육은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컴퓨터 학원이나 컴퓨터 설비가 갖춰진 연구소, 계산 소에서 받을 수 있으나 강습을 받고 난 뒤 경력을 쌓을 기관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컴퓨터를 갖춘 연구소·금융기관·관공서·학교 등의 기관이대부분 어느 정도 숙련된 「프로그래머」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원출신을 채용할 때는 공개시험을 실시, 소수의 실력자만을 뽑기 때문이다. 「컴퓨터·프로그래머」는 거의가 공개 시험에 의해 직장을 얻게 되며 보통 「컴퓨터·프로그래밍」과 간단한 영어시험, 그리고 IQ 테스트를 겸한 적성검사를 거치게 된다.
「컴퓨터·프로그래머」훈련은 고등학교 졸업자 정도의 학력으로도 충분히 받을 수 있으며 우리 나라와 같이 전문분야 프로그래머가 양성될 수 없는 여건에서는 대학에서의 전공에 관계없이 쉽게 익힐 수 있다.
「프로그래머」교육은 보통 한달∼두 달의 강의와 3개월의 실습으로 끝나게 되며 강습 료는 월 1만5천 원 정도다. 「컴퓨터」설비가 없는 학원에서 강습을 받게 되면 실습은 컴퓨터가 있는 연구소·계산 소 등지에서 하게 되는데 가능하면 컴퓨터를 갖추고 있은 곳에서 강습과 실습훈련을 받는 것이 좋다.
「프로그래머」의 업무는 보통의 인식과는 달리 어려운 수학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프로그래머」의 능력은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능률적인가를 빨리 파악하는 판단력으로 좌우된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먼저「프로그래머」훈련을 받은 사람 중의 한사람이며 5년간 경력을 쌓은 이춘희씨(한국과학기술연구소 전자계산실)는『치밀하고 빠른 판단력, 머리보다는 인내심과 경력』이 「프로그래머」가 갖춰야 할 여건으로 든다.
치밀성과 정확한 판단력이 중요시되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일 가운데 과제를 받고 우선 전자계산기로 처리가 가능한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작업처리를 위한 최선의 능률방안을 채택하는 것(시스템 분석)의 2가지 단계가 작업의 능률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시스템 분석 다음에는 「코딩」「펀치」「카드」작성 등의 기계적인 작업이 따르게 되는데「펀치」는 「키·펀치」가, 그 밖의 기계작업은「컴퓨터·오퍼레이터」가 담당하게 된다.
이춘희씨는『정신노동이 대부분인 「프로그래머」는 미혼여성이 하기에 무리가 없으나 결혼한 뒤에는 야간 작업이 불가피하므로 (일의 분량에 비해 「컴퓨터」설비가 부족)양립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프로그래머」가 여성뿐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장래성 있는 직업이라고 추천하면서도 야간 작업으로 과로하게 되고 2∼3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궤도에 오르는 직업이므로 결혼한 여성이나 잠깐 직장을 택하려는 여성에게는 부적당하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처리하는 과제는 사회 건반에 걸친 광범위한 것이며 특히 자연과학분야의 과제를 다루려면「프로그래머」는 항상 발전하는 과학을 알아야 유능한「프로그래밍」을 하게 된다.
우리 나라에 컴퓨터가 설치된 곳은 약30여 군데이며 여자「프로그래머」는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최소한 1∼2명씩 채용되어 있고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는 5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봉급은 회사나 연구소·관공서마다 크게 다르며 대부분초봉이 3만원 정도, 경력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아 채용되면 2∼3배까지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래밍」방법은 컴퓨터 종류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컴퓨터를 다룰 때는 그 특징을 다시 배워야하며 대부분의 학원수강생들은 시스템 분석능력의 부족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컴퓨터강습은 전문용어로 「코볼」(COBOL)과 「포토란」(FORTRAN) 과정이라고 불리는 2개 과정으로 나누어 있다. 이 2개 과정은 모두「컴퓨터」를 다루는 방식과「컴퓨터」가 주로 취급하게 될 과제의 종류에 따라 구별된 것인데 「코볼」은 주로 사무적인 과제 처리에, 「포토란」은 과학계산 같은 수식을 주로 취급하는 과정을 말한다. 컴퓨터학관이나 그밖에 「프로그래머」를 양성하는 강습기관 이외에도「컴퓨터」강습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는 서울대·고대·성대 등에 설치된 경영대학원 「EDPS」과정을 들 수 있으나 이 과정은 모두 경영학 석사학위 코스이며 「프로그래머」아닌 시스템 분석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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