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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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제 절후는 본으로 접어든다. 지난 겨울은 어느새 「바통」을 넘겨 봄을 맞아들인다. 봄 같은 겨울은 사계의 한 매듭을 풀어버린 허전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춘풍불위차수거
춘일편능야한장.
(봄바람은 불어도 내 시름 실어가지 못하네. 봄날은 지??만해서, 내 한도 끝닿은데 없구나고)
가지(718∼772)의 시 한구절. 동정호에 배를 띄우고 이런 시를 읊어야 하는 시인의 심정은 오히려 애달프다. 봄을 즐거움으로 맞아들이지 못하는 시인은 얼마나 불행한가.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봄을 spring으로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동경의 암흑과 현장에서 풀려나 신선한 햇살 속에서의 약동은 곧 생명의 희열이다.
영국의 낭만파시인 「셸리」는 우수에 찬 동양의 시인파는 달리 이렇게 노래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셸리」가 이 『서풍부』를 읊던 시전은 전「유럽」이 무서운 겨울에 갇혀 있었다. 혁명과 반혁명이 잇따라 일어나고, 제국주의와 독재는 세계를 질식시키는 것 같았다. 정상배들의 횡행이 정치였으며, 그들은 자신의 권력과 기업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려고 했다. 이상은 경명당하고, 오직 세속적인 정치 놀음이 인간을 비참한 지경으로 이끌고 갔다.
그러나 「셸리」는 황야를 질주하는 바람 소리와 같은 음성으로 『봄은 멀지 않으리』라고 노래했다. 역사는 기어이 그의 노래처럼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봉건제도는 한겹, 두겹씩 무너져 가고, 한편에선 산채혁명의 우람한 소리가 들렸다. 프랑스의 혁명은 인간의 소리를 쟁쟁하게 들려주었으며, 「유럽」은 삽시간에 활기와 생명의 행진곡에 휩싸였다. 겨울 속에서 봄을 예언하는 그 시인의 어두운 목소리는 실로 인간에게 봄다운 봄을 안겨준 것이다.
오늘은 우수. 이제 죽은듯 굳어있던 땅도 풀리고 수목들은 「리듬」을 찾게된다. 영상6도(C)의 날씨가 계속되면 갯버들의 가지에선 새싹이 트기 시작한다. 식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4도(C)만 되면 수목들은 생명의 율동을 시작한다.
봄은 다만 식물의 행사로 끝이 나선 무의미하다. 우리도 저 모든 생물들이 겨울을 자랑스럽게 이기고 다시 약동을 시작하듯이 새로운 이상과 희망을 찾아야할 것이다. 봄은 자연만의 계절이 아니라 인간의 계절로 되찾아야할 것이다. 새 봄과 함께 약동의 의지와 그 힘찬 호흡을 우리는 배워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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