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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서비스 받기 힘든 의료 사각지대 73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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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7월 5일 운영을 시작해 최근까지 90여 회 출동한 안동병원의 닥터 헬기. 보건소나 119 등은 응급상황 발생 때 닥터 헬기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 [사진 안동병원]

토요일인 지난 2일 오전 11시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보건진료소. 주민 한 사람이 “할머니가 뇌출혈로 마당에 쓰러졌다”며 헐레벌떡 진료소로 뛰어들어 왔다. 쉬는 날이었지만 진료소에는 용케도 직원이 있었다. 황용순 소장이 잔무를 처리하느라 출근했던 것이다. 황 소장은 곧바로 119를 불렀다. 상황이 심각해 119는 다시 안동병원으로 ‘닥터 헬기’ 출동을 요청했다. 헬기가 할머니를 안동으로 이송했다. 노인은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지금도 치료 중이다.

 영양군 보건소는 안동병원이 닥터 헬기를 운영한 지 4개월 만에 벌써 10차례나 이용했다. 응급의료체계가 그만큼 허술해서다.

 영양군에는 병원이 딱 2곳이다. 영양병원은 의사가 셋이고 한 곳은 의사 한 사람뿐인 개인의원이다. 영양병원은 공중보건의 2명(내과 1, 정형외과 1)과 가정의학과를 전공한 원장 등 3명이 전부다. 영양병원은 응급실을 운영하지만 전공 분야가 한정돼 사실상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영양군 보건소 박은희 예방의학계장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안동으로 신속히 이송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경북지역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6.5%로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에 이어 둘째로 높다. 영양군은 이 비중이 30.9%나 된다. 경북 북부지역은 농촌을 중심으로 고령인구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응급의료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특히 응급의학전문의는 경북 전체 68명 중 39명이 포항·안동·구미 등 3개 시에 편중돼 있다. 영양군을 비롯해 의성군 등 노령인구 비율이 높은 5개 시·군에는 응급의학전문의가 전무한 실정이다. 또 봉화군 등 8곳은 응급의학전문의가 1명에 불과해 교대근무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급성심장정지 생존퇴원율에서 경북(1.4%)이 전국 최하위로 나타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국회 이운룡(새누리·비례대표) 의원은 지난달 22일 경북도 국정감사에서 “경북은 응급의학전문의·산부인과·소아과 중 한 가지라도 없는 시·군에 거주하는 주민이 73만 명이나 된다”며 농어촌 지역의 의료 사각지대화를 우려했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진료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경북에는 총 88곳 산부인과 중 분만이 가능한 곳은 29곳에 불과하다. 특히 23개 시·군 중 분만이 불가능한 지방자치단체는 12곳이며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곳도 8곳이나 된다. 또 소아과가 없는 시·군도 6곳이나 되며 군위·영양·성주·봉화는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모두 없는 상태다.

 경북도는 응급의료 대안으로 안동병원과 함께 닥터 헬기 1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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