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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임상병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환자의 혈맥·객담·세포 조직 등을 검사, 병 진단과 치료에 대한 기초자료를 의사에게 제공하는 「임상병리사」는 의사나 간호원만큼 널리 알려진 직업은 아니지만 신체적으로 대인관계의 부담이 적어 여성에게는 무리 없는 직업이다.
다른 모든 직업과 같이 이 분야에도 남성의 수가 여성을 압도하지만 의학기술 초급대학을 지원하는 학생가운데는 여학생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있다.
임상병리사를 양성하는 전문기관으로는 고려대 의대병설 의학기술 초급대학(2년제)과 서울보건학교(전문학교)가 있다. 이 곳을 졸업한 사람은 보건사회부가 실시하는 자격고시를 거쳐 임상병리사 면허를 받게되며, 전문교육기관을 거치지 않은 사람으로 대학출신은 1년, 고교졸업자는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가져야만 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갖는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임상병리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모두 1천5백63명, 이 가운데 여자는 2백56명이다.
임상병리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은 각 종합병원과 검사실이 있는 개인병원·결핵협회·보건원·적십자병원·혈액원·방사선의학연구소 등에서 일하게되며 취직률은 1백%에 가깝다.
면허를 갖지 않은 임상병리사도 여러 기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면허소지자와 무면허 병리사와의 대우에 별다른 차이가 없고 또 이들에게 기술직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몇 가지 문제점으로 미루어보아 우리 나라의 임상병리사는 아직 전문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있다고 볼 수 있다.
면허를 딴 뒤 각 기관에 취직하면 취미와 능력에 따라 임상병리과 가운데서도 전문 분야를 택하게된다. 대체로 생화학검사, 세균검사, 혈액·요·조직검사, 그리고 혈액은행과 기생충검사로 구분되는 전문 분야 가운데 하나를 택하면 트레이닝을 겸한 실무를 시작하게되는데 이들 7개 전문분야를 구분하는 면허나 자격은 아직 마련되어있지 못하다.
고려대 의대 임상병리학 전임강사 김춘원씨는 외국의 경우와 같이 임상병리기사의 등급구분이 이루어져야 병리사의 수준향상과 대우향상이 가능할 것이며, 임상병리사가 전문직으로 대우받게될 것이라고 말한다.
임상병리사는 주로 미생물을 다루기 때문에 세밀하고 여성의 적성에 알맞는 일이 대부분이다.
고려대 의대 부속 우석병원 병리사 우유문양은 『환자를 대하는 간호원에 비하면 일하기에 수월한 편이며 세균과 화공약품을 안전히 다룰 조심성과 실험실의 고정된 분위기를 이길 명랑한 성격이 병리사 지망생에게 필요한 적성인 것 같다』 고 말한다.
의학기술초급대학 출신인 우양은 초급대학 2년을 졸업하고 면허를 딴 뒤 생물학과나 화학과, 의과에 편입해서 졸업하면 학사학위까지 얻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3학년에 편입하면 학교에 다니면서 저녁과 밤 시간에 「파트·타임」으로 병리검사실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도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임상병리사는 대부분 그가 소속한 기관의 제도에 따라 봉급과 휴가를 받으며 종합병원·국립기관의 경우에는 상오 9시(8시30분)부터 하오 5시까지만 근무한다.
일이 밀리면 점심시간까지 일해야하는 때도 있으나 자세하고 작은 일의 연속일 뿐 신체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작업이므로 화학·생물에 취미가 있는 여성이면 힘들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직업이다.
남녀 임상병리사의 봉급차별은 없고 봉급액수는 주로 재직연수에 비례하며 특별히 능력이 인정되면 좋은 대우를 받기도 한다. 보통 종합병원의 경우 이들의 봉급은 초봉이 2만원 전후, 개인병원이 3만원 정도로 국가기관과 사실기관, 그리고 종합병원과 개인병원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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