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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에필로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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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탈냉전시대의 서막을 획함으로써 미·중공관계, 나아가서는 국제정치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할 「닉슨」미국대통령의 역사적인 북경방문은 5일 후로 박두했다.
22년 간 단절되었던 관계를 청산, 긴장관계를 해소하기로 한 「닉슨」의 계획은 대화의 첫 시도인 북경회담이 실현되기도 전에 국제사회의 구조와 질서에 개편조짐을 보일뿐더러, 주변국가의 정세마저 적지 않게 변화시켜놓았다. 한반도도 그 예외는 아니다.
71년7월15일(워싱턴 시간) 「닉슨」의 극적인 중공방문계획 발표가 있기도 전에 미·중공간의 「핑퐁」외교로 인한 해빙기류는 한반도에도 파급,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립·긴장되어 있던 한반도에는 묘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6월12일 군사 정전위 「유엔」측 수석대표 「필릭스·M·로저즈」소장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휴전협정대로 비무장 지대로 환원시켜 평화적 이용을 도모하자고 북괴 측에 제의했다.
이와 동시에 주한 「유엔」군 사령부는 군사 정전위의 중공 측 대표가 교체되었다고 발표하더니, 4일 후인 16일에는 중공 측의 새 대표 하거야이 5년만에 정전위 본회의에 복귀했다. 다음달 7윌5일 「로저즈」대표는 『지난 18년간의 정전위의 성격과 활동에는 이제 변화가 있어야할 때가 왔다. 이 변화를 초래하는 한가지 방법은 「유엔」측 수석대표를 한국인으로 교체하여 한인은 한인끼리 대화하게 하는 방법이다』고 AP기자에게 말함으로써 미국의 의중이 무엇인가 하는 조바심을 자아내었다. 그는 이 회견에서 『한인끼리의 대화는 본질적으로 정치회담으로 발전하여 남북간 접촉의 성격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여 더욱 주목을 끌었다.
7월 하순 「로저즈」수석대표는 폴리 제독에 의해 교체되어 귀국 전에 성조지와의 회견에서 『비무장 지대의 평화적 이용과 「유엔」군 측 수석대표를 한인이 맡아 정치회담으로까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의 외에도 『두 가지의 더 중요한 제의가 남아있다』고 발언함으로써 더욱 파문을 일으켰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달 8월 12일 한반도에는 극적 사태가 벌어졌다. 최두선 「한적」총재는 남북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남북적십자사 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이에 「북적」도 즉각 호응, 9월21일 제1차 남북적십자예비회담이 열렸다. 이리하여 45년이래 국토가 양단된 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은 26년만에 최초로 대화의 길을 트게된 것이다. 이 남북적 회담이 과연 45년이래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인가. 남북회담이 「남북적」의 자주적 발상에서 비롯되었는지의 문제는 불문에 붙이더라도, 미·중공간의 긴장완화가 이에 작용했으리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중공간의 탈냉전자세와 관계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21일의 북경회담에서의 토의 내지 양해내용을 남북회담의 진로와 한반도의 앞으로의 좌표를 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견해의 근거는 북경회담이 제3국 문제는 토의 않는다는 「닉슨」의 말에도 불구하고 북경회담이 자유의제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키신저」발언과 「닉슨-모」공동성명이 양국관심사를 토의할 것을 밝힌 점, 주은래가 미·중공관계정상화에의 장애의 하나로 한국사태를 지적한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71년4월11일 미 탁구팀의 중공초청이래 미·중공양국수뇌, 특히 중공 측의 발언은 북경회담에서의 제3국 토의가능성을 윤곽이나마 투시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중공수상 주은래는 71년 8월5일 「뉴요크·타임스」의 「제임즈·레스턴」기자에게 한국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한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내 양편간의 화해를 초래하고 한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한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전쟁상태가 끝나지 않아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닉슨」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가 토의되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철수,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의 해체 및 평화조약의 체결 등 미결상태에 있는 한국사태는 일본의 군국주의와도 관련이 있다.
일본 군국주의가 팽창하는 경우 이는 대만과 한국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일목이 최근 한국과 체결한 조약을 이용하여 주한미군 철수직후에 한국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까.』주가 한국에서의 긴장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대미 긴장완화에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장해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공의 대미 접근이 소련에 대한 견제가 그 첫 목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미군이 「아시아」에서 철수한 후의 힘의 진공을 『일본군국주의』가 메우게 된다면 중공으로서는 미국에 대신한 다른 잠재적 위협에 직면하게된다. 한반도의 긴장상태 등 문제는 설사 조만간 해소되더라도 일본군국주의가 중공에 대한 위협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주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주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유엔군휘하 다른 모든 군대가 철수했는데도 미군은 6만명 중 아직 4만이 남아있다. 미군을 모두 철수해야한다. 54년 「제네바」회담의 첫 단계에서 한국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한국문제에 관한 결론을 내렸어야했다.』
이상과 같은 주의 발언은 북경회담에선 미·중공긴장완화의 전제조건의 하나로서 주는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을 일으키고 있으며 국제회의제안도 나올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71년 11월15일 「유엔」중공수석대표 교관화도 첫 「유엔」연설에서 주은래의 종래 주장대로 미군철수, 유엔의 한국문제에 관한 모든 『불법결의』와 UNCURK의 해체를 요구하고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71년4월1일의 북괴외상 허담의 8항목 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주는 또 71년 여름, 중공을 방문한 어느 미국인교수에게 미·중공간 관계정상화를 막는 것은, 대만문제·월남전·일본군국주의와 함께 한국사태라고 주장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미·중공 긴장완화의 장해요인으로 지적한 사실로 보아, 중공이 북괴 측의 호전적 태도의 포기를 보장하는 대가로 한국측의 응분의 반대급부를 미국에 강요하지 않을까도 예측된다.
「닉슨」대통령이 9일 외교교서에서 「아시아」맹방들에 대한 공약준수를 약속하면서도 『한국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과 자주적 국방력의 증강은 미군배치의 조정이 가능함을 시사하며』『미군 3분의1 감축에 따른 한국군 현대화협정이 채결되었으며, 남북회담은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징조』라고 말한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약준수 천명은 미·중공 화해기운과 「아시아」에서의 철수계획에 대한 맹방들의 우려를 달래고 신뢰감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경제·자주국방력의 증강과 현대화협정으로 인한 미군배치조정의 가능성』의 언급은 대 중공화해를 위한 점진적인 정책전환을 하지 않나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있다.<이현석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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