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정비하는 사이공 방위-각일각…다가온 월맹의 구정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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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크레이튼·에이브럼즈 주월 미군사령관이 월남전역의 13만3천명의 미군에 대해 곧 금족령을 내릴 것을 발표하고 월남정부는 사이공 방위에 50만명 이상의 국민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고 8일 월남군 대변인이 밝힘으로써 오랫동안 예상돼온 공산군의 구정공세의 서전이 시작되었음을 실감케 한다. 월남군 대변인은 월남정규군과 민병대를 사이공을 둘러싼 11개성과 공산군 보급품이 은닉된 크메르 국경지대에 분산배치 시켰다고 말했다.
8일 퀴논과 중부고원의 요충 플레이쿠를 잇는 전략도로인 19번 공로상에서 미군 호위대가 공산군의 기습을 받아 큰 피해를 입음으로써 월남전은 다시 소란해지고 있다.
이날 미군 호위대가 입은 피해는 수송트럭 1대와 B40 로키트탄 운송차 1대의 파괴, 1명 부상 정도이지만 그 같은 공산군의 기습이 아침 9시라는 백주에 한국군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고원지대로 통하는 공로상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그와 같은 사실은 육로간선도로가 이제는 결코 안전치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리고 공산군들이 이같은 기습을 할수 있었다는 것은 적어도 그들이 그 지역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우려되고있다.
소식통들은 미군 사령부가 내릴 금족령에 따라 미군은 인구조밀지대 출입이 금지될 것이라고 말하고, 에이브럼즈 사령관은 또한 중부 고원지대같이 공산군의 공격이 가장 심한 특정지구에 대해서는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하는 황색경보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공산군은 또 8일 새벽 사이공 북방 3백1㎞지점의 나트랑 근처에 있는한 월남공병대 진지에 50발의 박격포 공격을 가한 뒤 특공대가 기지 안으로 기습작전을 감행하려 기도했으나, 격퇴되었으며 또 플레이쿠 교외에서도 공산군이 월남 민병대 기지에 박격포 공격을 가했다.
이날 월남에서는 이밖에도 월남 군이 베트콩의 한 소규모 야전병원을 점령한 것을 비롯, 중부고원과 해안지대에서 7건의 대소 충돌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거대한 미군 B52폭격기들은 공산군의 병력 집결지와 보급품 저장소들에 대해 7일과8일 4회의 출격을 감행했다.
미군사령부 코뮤니케는 B52기들이 중부 고원지대에 3회 그리고 아샤우 계곡에 1회 출격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불안에 떠는 사이공 시민들은 예측되는 대공세에 대비, 생활필수품의 폭등 또는 품귀를 우려하여 쌀·연료를 비축하기에 여념이 없다.
존슨 전 대통령의 재선의 길을 봉쇄하고 파리 평화협상의 길을 트고 북폭 중지의 계기를 만들었던 이른바 68년의 테트 공세 때 혼비백산한 시민들로서야 있음직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 『사이공의 종로』라고 할수 있는 레로이 가의 사이공 중앙시장 근처의 풍경은 이 나라가 지금 공산군의 대공세설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나라인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시장의 보도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벼 일대 혼잡을 이루고있다.
일부 사이공 시민의 축제 무드와는 달리 라오스, 크메르와 월남의 세 나라가 합치는 국경지대에는 공산군의 전차가 월남의 중부 고원지대로 수십 대가 전진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는가하면 하노이는 남부 라오스와 북부 크메르의 월남 국경지대로 8만∼9만 명으로 추산되는 월맹군을 침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군의 최대 공격목표로 생각되는 곳은 중부 고원지대의 콘툼과 플레이쿠의 두 도시와 그 주변 기지들.
공산전략가들은 월남의 허리에 위치한 이런 요충지를 강타 또는 일시 점령함으로써 월남의 지상전투를 거의 맡은 월남군의 사기에 치명타를 가하고 닉슨 대통령의 월남화 계획의 파산을 시도하고 있다. 또 그들은 중공과 소련으로 하여금 월맹의 전의를 과소평가 못하도록 하고 닉슨 재선을 좌절시켜 궁극적인 월남의 공산화의 정지작업을 획책할 것으로 보인다.
존·폴·반 미 군사고문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1만 명의 월맹군의 피살위험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남 군은 이 기간 중 1천명 내지 2천명의 인명희생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중부월남의 고원지대를 이번 구정공세의 전장으로 보고 있으나DMZ에서 가까운 「광트리」, 구 왕도 「후에」등지에 대한 적의 공격위험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중부 고원지대에는 한국군 2개 전투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사이공 시장은 사이공의 치안상태가 완벽하다고 말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이공에의 적의 대규모 침투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지나 로키트·테러·외곽지대의 민병초소나 정부관서에 대한 소규모 공격은 우려되고 있다. 【사이공=신상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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