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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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 겨울을 안방에서만 보내자니 답답하고 특히 꼬마들의 성화도 있고 해서 모처럼 봄나들이도 아닌 겨울 나들이로 친정엘 가려고 나섰다.
벼르고 벼르던 여행이니 복잡한 입석「버스」보다 좌석「버스」를 타기로 하고 아이들을 앞세워 「버스」에 올랐다.
차가 채 출발하기도 전에 차장이 손을 내민다. 옆에 섰던 중년 노인 한분이 동전 두개를 차장의 손에 떨어뜨리니 마치 어떤 물체와 물체가 부딪쳐 진동이 되듯 『이건 좌석「버스」예요. 요금을 더 내세요』차장이 고함을 지른다.
차안에 있던 시선이 모두 앞쪽으로 쏠렸다. 노인은 여러 사람의 시선에 무안하기라도 한듯 차장을 흘끔 훔쳐보며 속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더 꺼내 차장의 손에 건네주었다.
동전 하나를 차장에게 건네주고 난 노인은 자기가 현재 서서 가는 건 고사하고 몸 움직일 틈도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렇게 서서 가기도 힘든데 좌석「버스」냐?』고 묻는다. 『그럼 타지 않으면 될게 아니예요?』 차장이 노인의 말에 응수한다. 그래서 노인과 차장사이에는 시비 아닌 시비가 벌어졌다.
주위의 승객들은 이름만 좌석「버스」인 좌석「버스」를 허가해주는 당국의 처사를 못마땅해하며 제각기 한마디씩 한다. 요즈음 대중 교통수단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버스」를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가 느끼는 공감이다. 어느 것이 좌석이고 어느 것이 입석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금의 차이만은 너무나 뚜렷하다. 요금에 대한 규칙만은 아주 잘 이행되고 있다. 요금을 올릴 때는 「서비스」강화니 뭐니 하지만 그것이 며칠이나 갔던가?
저녁 석간신문에 좌석「버스」를 입석화 하겠다는 구절을 보니 아까 「버스」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차라리 이름뿐인 좌석「버스」보다는 경제적으로도 절약되는 입석「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름뿐인 좌석「버스」가 될 바에는 「버스」의 입석허가 이뤄지기를 전적으로 환영한다. 【오순자(경기도 인천시 북구 부평동 475 고산 목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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