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더 싸게 … 항공권 할인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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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울 김포공항에 착륙한 제주항공 여객기 모습. 이 항공사는 특가 항공권 경쟁에 가세해 13일부터 일본 오사카 왕복항공권 320매를 15만1800원에 판다. [중앙포토]

여행 시기를 여유 있게 고를 수 있는 예비 항공 승객들은 앞으로 항공권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을 낮춘 특가 항공권 판매 행사가 수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을 촉발시킨 것은 중동계 항공사들이다. 지난 9월에 최저 80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유럽 왕복항공권을 판매했던 카타르항공은 이달 들어서도 전 노선 항공권 가격을 20% 할인해 판매했다. 이번에도 세금과 유류할증료를 포함해 덴마크 코펜하겐 왕복항공권이 최저 100만8930원, 터키 이스탄불 왕복항공권이 103만6510원이라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됐다. 이 항공사는 지난달에도 비즈니스석 항공권 2장 구매 시 1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가격도 파리 왕복 190만원, 몰디브 왕복 150만원의 준수한 수준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하는 에티하드 항공도 이달 초 한시적으로 이스탄불, 스위스 제네바, 이탈리아 밀라노 왕복항공권을 총액 기준 최저 80만원대에 판매하는 등 10개 인기 노선 가격을 낮춰 팔았다. UAE 두바이 소재 국영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도 13일까지 중요 노선 가격을 최대 15% 할인해 판매했다. 중동계 항공사들은 대부분 국영항공사라 넘치는 ‘오일달러’로 든든히 무장하고 있어 이 같은 파격 할인 행사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물론 다른 항공사들도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항공은 22일까지 이코노미, 프리미엄 이코노미, 비즈니스 클래스 3종의 유럽 왕복항공권을 총액 기준 최저 114만2200(이코노미)~277만9400원(비즈니스)에 판매한다. 가루다인도네시아 항공은 ‘홈그라운드’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발리행 항공권에 한해 수시로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달에도 자카르타 왕복항공권을 총액 48만1800원에 팔고 있다. 홍콩의 캐세이패시픽은 14일 오전 10시까지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지역 8곳으로 가는 왕복항공권을 할인 판매한다. 일반석의 경우 총액 기준 왕복 최저가가 51만6700원이고, 비즈니스석은 2장 구매 시 장당 94만1700원에 살 수 있다.

 국내 항공사도 가세했다. 제주항공은 13일부터 320석에 한해 선착순으로 일본 오사카 왕복항공권을 총액 15만1800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특가 항공권은 대부분 단기간에 한정 수량만 팔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어렵다. 특가 항공권과 관련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도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항공사들에 항공권 총액을 고시하라고 권고한 이후에도 여전히 일부 항공사들은 세금과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항공권 가격만 고시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에도 홈페이지에 오사카 특가 항공권 가격을 4만원으로 크게 고시해 놓고 하단에 자그맣게 총액 15만1800원이라고 붙여놓아 고객을 혼동시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계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특가 항공권 경쟁을 촉발시킨 이후 과거에 비해 할인 항공권 판매 행사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이용 시기와 수량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많은 승객이 이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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