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자본주의'야말로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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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인간적인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상생’ 노력에 유엔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게오르그 켈(사진) 유엔 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UNGC) 사무총장이 UNGC 한국협회 주최 ‘글로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콘퍼런스 2013’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UNGC는 2000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해 만든 국제협약으로, 공정한 노사관계·인권·환경보호·반부패 등 유엔 가치 실현에 동조하는 기업들의 범 세계적 네트워킹이다. 한국의 경우, 230여개 기업 및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이 가입해 있다. 켈 총장을 12일 만났다.

 - UNGC가 추구하는 목표는.

 “보다 ‘인간적인 자본주의’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과거 자본주의 체제 기업들은 단기적 이익만 쫓아서 노동, 여성, 아동, 인권 등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고, 그 결과 2년 전 월가의 대규모 시위 같은 반성적 행동이 시작됐다. 지금 젊은 세대와 새로운 사회적 기업은 보다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시장의 인식을 바꿔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형성해야 한다.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101개국 8000개 회사(기관·단체 포함)가 20만 개로 확대될 때 이런 변화는 가능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 왔나.

 “기후변화, 수자원 관리, 반부패, 여성역량 강화, 아동권리, 교육 등이 우리 네트워크가 강조하는 분야들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POST2015 계획에서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여성, 아동 권리 보호에서 비즈니스의 역할을 핵심으로 꼽았다. 기업도 성장을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잠재적 시장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이윤을 강조하고 보수적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아니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 위험관리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단기 이익에 치중했을 때 위기상황에 무너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회원수가 증가했고 장기전략을 내재화하려는 노력들을 더하고 있다.”

 - 한국의 기업 상생, 착한 기업 논의에 대해 평가하자면.

 “전 세계 80%의 대기업이 하청업체 등 공급망에 대한 정책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정책을 가진 곳은 20%뿐이다. 한국의 경우 급속도로 성장하며 그동안 놓쳐왔던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이나 ‘착한 기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것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 한국의 재벌구조가 CSR에서 가지는 특수성이 있나.

 “각국 기업의 지배구조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을 갖추면 지배구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부패를 막으려는 노력을 하는지와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 의지가 문제다. 우리 회원의 경우 매년 연간 보고서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적 공헌 노력을 하지 않으면 회원에서 제명된다.”

 - 급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원전비리, 군사납품비리 등이 이어지는데.

 “부패이슈는 전 세계 70%가 겪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로 한국만의 이슈가 아니다. 권력이 집중된 정부와 민간영역 간에 부정한 고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기업은 경쟁력을 통해 입찰을 따내도록 해야 한다. 부패문제는 우리가 싸워야 할 장기적 전투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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