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주변 여관비원…지방생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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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날 상오10시45분쯤 동북고교에 지원한 홍영표군의 아버지 홍순옥씨(50)는 심한 근시인 홍군이 안경을 벗어놓고 시험장에 간 것을 알고 아들의 안경을 가지고 황급히 달려 왔으나 교문이 닫혀져 『내 아들은 안경을 끼지 않으면 글씨가 보이지 않아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문 앞에서 안절부절.
이를 본 퇴계로 6가 파출소 정순영 순경이 영표군에게 간신히 안경을 전달.

<학교 잘못 가기도>
경기상고에 지원한 조덕수군(16)은 「택시」운전사의 착각으로 이날 아침8시10분 엉뚱한 경기고교로가 시험장까지 들어갔다고 뒤늦게 학교가 잘못된 것을 알고 가까스로 시험시각 5분전에 도착하기도 했다.

<앰뷸런스로 응시>
경기고교에 응시한 정태홍군(16·한성중졸)은 지난 15일 맹장염에 걸렸으나 시험 일이 촉박, 수술을 못하고 그동안 약물치료로 간신히 통증을 누르고 이날 「앰뷸런스」로 시험을 치렀다.
이화여자사대 부중을 졸업한 김상덕양(15)은 2주일 전부터 복막염을 앓아 입원했다가 이날 수험장인 상명여고에 「앰뷸런스」에 실려 도착, 양호실에서 수험을 치렀다.

<백차로 시험장까지>
서울덕수상고에 응시한 최영산군(16)과 수도공고를 지망한 최영수군(16)도 이날 상오8시15분쯤 성동구 천호동에서 차를 잡지 못해 발을 구르다 동부경찰서 211 백차에 실려 시험을 치르게됐다.
한편 이를 길거리에서 본 학부형들은 박수를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한번에 3명 운송도>
상오7시15분쯤 이건개 서울시경국장은 신촌 「로터리」에서 무학여고 수험생 금용선양등 3명에게 자기 차를 내어주어 수험장으로 실어 날랐다. 또 상오8시50분쯤 상명여고 수험생 오미택양의 아버지 오항석씨가 서울시경 국장실로 전화를 걸어 경찰에서 수험생을 위해 따뜻하게 보살펴 준데 대한 인사를 했다.

<아침부터 차량물결>
경기여고·이화여고 등 세칭 일류교가 밀집되어있는 서대문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각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2만여 명의 수험생과 차량의 물결로 큰 혼잡을 이루었다.
지방에서 올라 온 수험생과 일부 학부형들은 2, 3일전부터 학교주변의 여관에 방을 잡고 지각방지 작전을 세워 이 지역의 30여개 여관은 방마다 수험생들로 대만원을 이뤄 호경기를 맞은 여관들은 즐거운 비명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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