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 되는 「대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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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커멓게 불에 탄 대연각「호텔」 건물이 서울의 새로운 관광물(?)로 등장. 외국인을 비롯, 구경꾼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화재사고가 일어난 뒤 우리 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김포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세계 최대의 「호텔」참사를 빚은 현장』을 보겠다고 나서, 국내 일부 여행사에서는 화재 현장을 관광「코스」에 넣고 관광객들을 무더기로 안내, 참변의 현장을 구경시켜주고 있다.
관광객들은 불탄 뒤끝의 「호텔」건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가하면 화재 무방비 상태의 「모델·케이스」가 된 이 고층건물의 구조를 연구해 보겠다면서 내부를 구경시켜달라고 조 르기도 한다는 것.
셋방 여행사의 경우 지난해 12월25일부터 지난 7일 사이에 다녀간 외국 관광단 3백20여명이 거의 모두 예정「코스」에 없는 대연각「호텔」을 구경하고 갔다고 밝혔다.
외국 관광객은 대부분 미국인과 일본인.
세방 여행사 일본 단체과장 이상신씨는 구랍 31일 입국한 일본 「잠보」여행단 「야마시다」(산하)씨(24·회사원) 등 20명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연각이 어디냐, 꼭 구경시켜달라』고 요구, 예정을 바꾸어가며 구경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기생파티」를 못하더라도 대연각「호텔」은 꼭 구경하겠다고 우기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하오2시쯤 미국인 관광객 「제임즈·F·턴」씨(24·전기기술자·「아칸소」 주「스토라토콤」사)와 「토머스·점프」씨(23·전자계산기수리공)등 2명은 「호텔」지하실 대책본부를 찾아가 내부 구경을 시켜달라고 요구했으나 현장 검증이 안 끝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같은 날 하오4시쯤 역시 이곳을 구경하러온 미국인 「몰·G·커밍즈」씨(41·주유소 경영·「조지아」주 「인디애너 폴리스」시)부부는 구랍 26일 일본에서 TV로 화재 상황을 생생히 봤지만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지난 2일 일부러 내한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귀국하면 이웃에 들려줄 좋은 얘깃거리가 생겼다』면서 열심히 「카메라·셔터」를 눌러댔다.
이러한 외국인들의 관광 흥미 때문에 일부 여행사 안내원들은 관광「버스」가 「호텔」앞을 지날 때는 「마이크」로 『여기가 「호텔」화재사상 세계 최악을 기록한 대연각「호텔」입니다』는 식의 안내 말을 방송하고 있다.
극동건설 총무부장 유만식씨는 그 동안 대책본부를 찾아와 내부를 구경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외국관광객 및 건축 전문가들이 50여명이나 있었지만 모두 그냥 돌려보냈다고 밝히고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되도록 빨리 건물을 보수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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