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헬기 부품도 시험성적서 조작 … 34개사 125건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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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인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적합 부품이 전차·자주포·헬기 같은 핵심 무기에 납품된 사실이 확인됐다. 원자력발전소에 시험성적서 조작을 통한 부품 공급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국방부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은 2011년 이후 군에 납품된 물품 13만 684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34개 업체에서 125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위조하거나 변조해 부정하게 공급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방산업체 및 협력업체 34곳을 공·사문서 위조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1981년 개원한 국방기술품질원이 전수조사를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각 업체가 납품할 때 군과 방위사업청에 제출한 성능 검증 서류가 공인 기관에서 발급한 것이 맞는지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구난전차를 최종 조립하는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볼트 등의 부품을 납품하면서 공인기관이 시험성적서를 발급한 적이 없는데도 73건의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의 주력 전차인 K-1엔 진동을 완화시켜 주는 변속기 고정용 고무패드(일명 브래킷) 등이, 첨단 자주포 K-9에는 조향장치(핸들)에 쓰이는 베어링이, 최초의 국산 헬기인 수리온엔 와이퍼 등의 부품이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채 공급됐다.

 업체 관계자들은 국방기술품질원에 “이전에 납품했던 것과 같은 제품을 납품하면서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을 시간이 부족해 숫자를 고쳤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은 핵심 군수품에 대해선 직접 품질관리를 하지만 비핵심 품목에 대해선 계약업체에 위임해 공인시험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최창곤 국방기술품질원장은 “아직 심각한 결함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제품의 내구도와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군과 협조해 장비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전량 리콜해 정상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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