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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번지르르한 고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형걸 씨>
우리 나라에서 건물을 지을 때 외형적으로는 법정요건을 다 갖추었으나 내용은 반드시 그렇지들 않다고도 말하고 있다. 그 일례로서 고층건물마다 피뢰침이 달려있으나 그 기능이 완전히 발휘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건축할 때 일반적으로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층건물은 특수성 때문에 내구·내화자재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심지어 유리 같은 것도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 강화된 유리를 써 불에 달아도 튀지 않는다.
건물자체뿐 만 아니라 그 안에 드는 집기도 불에 강한 것, 소화에 유리한 것 등을 주로 쓰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 가령 고층건물 사무실에는 철물책상 등만을 넣어야 한다는 식으로 캐비넛, 카페트, 침대 등을 될 수 있는 한 불에 강한 것으로 쓰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
외국에서는 방화·소화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건물자체에 둔다. 20여 층 빌딩에 소화가 불가능한 현실은 물론이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건물의 외부로부터의 소화를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 천장에 스프링클러를 갖춘 건물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나라는 현재 건축에서 설계는 외국을 따라가고 있으나 알맹이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교과서에나 있는 것』이라고 핀잔을 주는 일부 기술자들이나 건축관계자들의 이야기는『교과서대로 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라는 선진국의 견해와 극히 대조적이다.
반도 조선 아케이드 화재당시 부분적으로 철거하고 일부 보강하는 등으로 건물이 재생된 경험을 살려 대연 각도 전문가들의 정밀한 검사가 있은 다음 철거여부 등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서울공대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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