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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 검증도 없이 전문 기술자 자격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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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11년 하반기 문화재 단청 수리기술자 시험장. 필기시험 중 도상(圖像) 문제로 ‘수원 화성의 창룡문을 도해하시오’가 나왔다. 수험자 중에는 한 명도 제대로 그린 사람이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비슷하게나마 그린 사람에게 점수를 줬다. 그런데 정작 단청의 색을 입히는 채색 시험은 없었다.

 문화재수리기술자는 보수 공사 전체를 감독한다.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시행 중인 시험은 필기와 면접만으로 결정된다. 단청 필기시험 중 문양 그리기 테스트가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실기시험이 전무한 상태다.

 한국전통문화대학 김호석 교수는 “현재 시험제도로는 현장 능력을 파악하지 못한다. 미술사 중심으로 공부하면 매우 유리하다. 현장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자격증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며 “자격증을 교부하기 전에 합격자 대상 실습 의무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기에 이은 면접에서는 전문지식 및 응용력, 역사 및 문화재에 대한 이해도 등을 평가한다. 면접시험이 합격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실제 면접시험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평가위원과 수험자들이 교수와 학생 사이인 경우가 많아 필기 성적이 낮아도 면접에서 봐주기가 만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수험생이 단청 그리기 시험에서 미완성 작품을 냈는데도 교수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줘 합격했다’는 식의 시험 부정과 관련된 루머도 떠돌 정도다.

 이 때문에 자격증 취득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인 관리 및 실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자격증을 받은 해부터 3년 내, 이후에는 5년에 한 번씩 재교육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한편 문화재수리 등의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공무원들에게 필기시험 일부를 면제해주는 조항에 대해서도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별취재팀=안성규·이영희·이승호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김종록 문화융성위원·작가·객원기자, 김호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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