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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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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라가 발전하고 창조력에 넘쳐 있을 때는 기인, 손쉽게 말해서 「괴짜」가 잘 나타난다.
괴짜가 많아야 나라가 잘 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괴짜란 사회의 상식적인 틀을 벗어나는 사람을 두고하는 말이다. 틀을 벗어나면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틀이 너그럽고 유연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까 괴짜를 받아들일 만큼 사회의 틀이 유연해야 제대로 발전과 창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괴짜」는 틀(체제)을 무시한다. 그러니까 틀 속에서 보면 「괴짜」는 일종의 위험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괴짜」가 버젓이 살아가고 때로는 존경까지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창조적 「에너지」에 넘쳐 있다는 증거가 된다.
「사르트르」도 「노벨」상을 거부한 적이 있지만 일본에도 이런 「괴짜」가 많다. 하목 추석이란 작가는 대학에서 주겠다는 박사학위를 거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연히 그는 괴짜란 소리를 들었다. 그만한 명예를 거부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그의 평가는 더 높아만 갔다. 감히 틀 밖으로 뛰쳐나올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괴짜」에게 느끼는 열등 「콤플렉스」가 한몫 봤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또 대강승평이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가 자신을 추대키로한 예술원 회원의 자리를 사퇴했다. 예술원회원이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선 예술가들에겐 최고의 영예가 된다. 그런 자리를 그는 스스로 마다한 것이다. 그도 역시 괴짜임에 틀림없다. 『전쟁 때 싸우지도 않고 포로가 됐던 내가 어떻게 나라의 영애를 받을 수 있겠는가. 부끄러워서 천황폐하 앞에 나설 수가 없다.』 이렇게 그는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퇴동기에 대해서 참새들은 정말 그 때문에서만 일까하고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그의 미소에는 표현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고 한 일본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스탕달」의 번역자로도 이름난 그의 입에서 『천황폐하』니 『구제국군인』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게 몹시 민망스럽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깊은 속을 역시 아무도 모른다.
서구문화를 누구보다도 깊이 몸에 지녔을 그가 아직도 『제국군인』의 틀 속에 젖어있다는게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문학자로서의 최고영예를 앞두고 망설였다는게 우리에게는 신기하기만 하다. 학위·상·명예회원직 등을 거부하거나 망설였다는 사람이 우리주변엔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망설임이란 양심의 표현일수도 있다. 그런 망설임이 없다는 것은 도시 무엇을 의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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