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국가·이적단체 강제해산 … 법무부, 법적 근거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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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에서 단식농성 중인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법사위 전체회의가 정회되자 본청을 나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청구를 검토하기 위해 만든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팀을 더 강화한다.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를 해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통진당이 헌재에서 해산 결정을 받은 뒤 또 다른 정치단체를 만들어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TF팀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7일 “통진당은 드러난 정당일 뿐이고 북한의 지령을 따르거나 북한을 추종하는 조직과 개인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을 위헌정당심판 청구 과정에서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TF팀 활동을 통진당 해산 청구에 그치지 않고 반국가·이적단체를 해산, 종북세력의 재조직을 막는 단계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법무부가 헌재에 제출한 412페이지 분량의 위헌정당심판 청구서 원본에는 ‘지하당 지도부 조직의 중요성과 그 운영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라는 제목의 북한 지령문이 첨부돼 있다. 2011년 왕재산 사건 수사과정에서 압수된 문서다. 여기에는 “남한엔 수많은 지하조직과 운동단체, 투쟁핵심들이 있지만 통일적 대오를 취하지 못하고 있고 분산성과 산만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있다. “개별적인 지하당원, 개개의 당조직은 있어도 그를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통일적으로 조직·지휘하는 지도부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TF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남한 내 종북조직의 실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국내 종북 세력의 민낯이 청구서에 낱낱이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로 확정판결을 받은 단체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영남위원회등 모두 25개다. 반국가단체가 12곳, 이적단체가 13곳이다. 반국가단체는 북한이나 조선노동당처럼 우리 체제를 전복할 의도를 갖고 활동하는 단체다. 이적단체는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단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적단체 판결을 받더라도 강제 해산할 수 없다.

 공안당국은 범민련 남측본부 등 5개 이적단체가 여전히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범민련의 경우 이적단체 확정판결을 받은 후에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유지하고 북한 찬양 문건들을 게시하는 등 활동을 계속해 논란이 일었다. 또 일부 이적단체는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는 ‘민권연대’로,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는 ‘한국청년연대’로 개명해 활동하고 있다는 게 공안당국의 분석이다.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TF는 기존 단체 해산뿐 아니라 새로운 단체가 다시 생겨나지 못하도록 막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정점식(서울고검 공판부장) 팀장은 “만일 통진당이 헌재에 의해 해산돼도 또 다른 정치단체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준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팀장을 포함해 현재 7명인 검사를 1명 충원해 8명으로 늘린다. 공익법무관 3명도 충원했다. 법무실 산하 박사학위 소지자 등 헌법연구위원 3명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소송 진행과 동시에 이적단체 해산을 위한 법적 근거 확보 방안을 연구한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3년 전 국회에 ‘이적단체해산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가영·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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