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비 분담률 놓고 … 경남도·교육청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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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년도 경남 지역 학생들의 무상급식비 분담액을 놓고 경남도와 도 교육청이 마찰을 빚고 있다. 두 기관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서로 많이 부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두 기관은 서로의 주장에 따른 분담액을 내년 예산에 이미 편성해 애초 계획한 무상급식에 차질이 예상된다.

 2010년 8월 당시 김두관 지사와 현 고영진 교육감은 도내 학생들의 무상급식 확대를 위해 급식비 가운데 식품비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교육청과 도, 18개 시·군이 3대3대4로 분담하기로 약속했다. 급식비는 식품비와 인건비·운영비로 구성된다.

 이 약속에 따라 올해는 교육청이 403억원, 도가 403억원, 시·군이 538억원의 식품비를 냈다. 이 식품비 총액 1344억원에 교육청은 관련 인건비와 운영비 836억원을 보태 군 지역 초·중·고생 전부와 시 지역 초등생과 저소득 중·고교생에게 무상급식을 했다. 무상급식 대상은 전체 학생 49만여 명의 67%인 30만5000여 명이었다. 하지만 시·군은 식품비 분담에 합의한 바 없고, 분담액도 너무 많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 수가 많은 시 지역 불만이 더욱 컸다.

 이에 도와 교육청은 분담 비율을 놓고 지난 5월부터 7차례 협의했지만 아직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는 “복지 등 재정 수요가 갈수록 늘어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며 교육청과 도, 시·군이 5대2대3으로 분담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전임 지사가 약속한 무상급식 계획대로 분담해 달라”고 맞섰기 때문이다.

 도는 결국 5대2대3의 비율에 맞춰 내년 예산에 329억원을 편성했다. 시·군에도 493억원을 편성하도록 했다. 이 비율대로라면 교육청은 822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도는 지금까지 식품비를 도 교육청에 바로 지원한 것과 달리 올해는 시·군이 직접 집행토록 시·군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이에 뒤질세라 교육청은 기존 3대3대4의 비율에 맞춰 493억원만 내년 예산에 편성했다. 도와 시·군이 각각 493억원과 658억원을 편성해 1644억원의 식품비를 마련하고 여기에 인건비·운영비 957억원을 보태 2601억원을 확보해 애초 계획대로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뜻이다. 도내 전 초·중학생과 읍·면 고교생 49만여 명의 84%인 37만5000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서다. 도가 교육청 요구대로 식품비를 늘리지 않을 경우 일부 학생은 무상급식 혜택을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무상급식에서 제외되는 학생의 급식비는 학부모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도 교육청 강종석 사무관은 “교육청은 식품비 외에 인건비·운영비도 부담하기 때문에 도 주장과 달리 교육청 부담이 훨씬 높다”며 “도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윤인국 농산물유통과장은 “복지예산 급증 등 재정 수요가 급격히 늘어 불가피한 조치”라며 “경남은 학생 수가 많아 서울 다음으로 식품비 부담을 많이 한다”고 주장했다. 두 기관은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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