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사, 케임브리지대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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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컬른 소장, 윤홍기 교수, 신동원 교수.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5000년 한민족 과학·문명사 정수를 담은 총서가 영문으로 제작돼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보급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 한국학진흥사업단은 7일 사업단이 2010년부터 ‘10년 프로젝트’로 기획·작업 중인 한국과학기술사 총서 『한국의 과학과 문명』을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에서 출간키로 했다고 밝혔다. 조셉 니담(1900~95)의 대저작 『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한국 버전인 셈이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동양과학이 서양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책. 54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첫 출간한 이후 관련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저서로 손꼽혀왔다. 중국의 국가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책의 영문판 공동에디터를 맡은 크리스토퍼 컬른(67) 케임브리지대 니담연구소 소장, 프로젝트 총 책임자인 신동원(53)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영문판 책임자 윤홍기(69)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지리학과 교수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 한국 과학기술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식은 어떤가.

 “(크리스토퍼 컬른) 솔직히 말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하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북한 두 가지만 떠올리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매우 뛰어난 과학기술 보유국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한국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잘못이지만 앞으로 나올 책들은 변화를 불러올 잠재력을 갖고 있다.”

 - 케임브리지에서 출간되면서 얻는 이점은 뭔가.

 “(윤홍기) 보통 이런 류의 전문학술 서적은 100권 이상이면 괜찮게 나간 책이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시리즈 하나 당 1000권 이상이 나간다. 유명한 대학과 공공도서관엔 다 들어간다. 우리 책도 같은 시리즈로 나가기 때문에 기존 공급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니담의 책과 같은 등급의 책이라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다.”

 - 교과서로 쓸 수 있도록 한다던데.

 “(신동원) 10권 중 첫 번째로 나오는 ‘한국과학기술사’를 교과서용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케임브리지 출판부의 주문이기도 했다. 그외에도 ‘한국천문학사’ ‘한국의 수학과 문명’ ‘한국의 산업화와 기술발전의 동력학’ 등의 저작도 최대한 빨리 출간토록 노력하겠다. 세계 여러 나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 책을 보며 공부할 것이란 걸 생각해보면 그 효과는 대단할 거라 생각한다.”

 총서는 한국어판 30권, 영어판 10권이 출간된다. 처음엔 영문판 7권을 계획했지만, 케임브리지 측의 제안으로 10권을 하기로 합의했다. “케임브리지 출판부의 기준이 워낙 까다롭다.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해보자고 연구팀을 선동해 케임브리지에 접촉했다. 앞으로도 계속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할 텐데 얼마나 많은 내용을 수정해야 할지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또 고품질로 해내고 말겠다. 3년 안에 첫 번째 책을 내는 게 목표다.” 윤홍기 교수의 말이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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