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한 미국의 저명한 암 학자「토머스·R·루이스」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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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저명한 암 학자인「토머스·R·루이스」박사(52)가 방한했다.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일본「나고야」에서 열린 미 일 과학협의회에 참석하고 암 세계를 살피러 우리 나라에 잠깐 들른 그를 만나 암 정복전략에 대한 최근 동향을 알아보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명을 노리는 암의 정체를 구명하기 위해 그 동안 많은 학자들이 정열을 쏟았지만 암은 여전히 인류 최대의 적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토머스」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암 연구소 병리실장으로 재직중이다. 악성 임파종의 분류에 있어서 세계적 권위인 그는 시카고 대학 출신.
『지금까지 추측되는 암의 원인으로는「바이러스」화학물질 방사물질 등으로 크게 요약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단독요인으로 지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바이러스」에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구명되어 그 동안 침체를 면치 못한 암 학계는 활기에 넘쳐 있다고「토머스」박사는 소개한다. 그는 특히 금년부터 미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암 연구는 바야흐로 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고 자랑한다.
그가 밝힌 금년도 NIH 암 연구소 예산은 총 3억3천만 달러. 그 엄청난 규모에 놀랄 만 하다.
『지금까지 미국은 우주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금년「닉슨」교서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앞으로는 암 정복에 예산과 노력을 쓰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주개발「센터」인「휴스턴」의 몇몇 연구소들은 벌써 암 관계 연구소로 바뀌었으며, 다른 연구소들도 암 연구소로 탈바꿈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
1665년 영국의「로버트 혹」이 세포를 처음 발견한 이래 3세기에 걸쳐 핵산, 즉 DNA와 RNA의 신비에 도전하기까지 무수한 학자들이 몸을 바쳤지만 아직「바이러스」는 보일 듯 말 듯한「베일」을 벗지 않고 있다고 그는 안타까와한다.
단지 핵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바이러스」의 정체만 구명된다면 결국 암 정복의 실마리는 풀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가 안타까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암 연구는 암의 성격상 입체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합니다. 가령 어떤 암은 미국에 많이 발생하고 어떤 암은 한국에 많이 발생하는 등 특징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국간의 정보 교환이 중요합니다. 또 여러 분야의 연구결과를 종합해서 분석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각 연구기관의 횡적인 유대관계가 강조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풍부한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 60년대에 의학계를 휩쓸었던 장기이식「붐」에 대해「토머스」박사는 퍽 회의적이다. 즉 장기이식은 철학적인 면에서 접근할 때 인간 및 그 개인을 부정하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는 것.『따라서 나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장기이식보다는 그것에 쏟는 정열을 암 연구에 결집한다면 보다 빠른 장래에 암 퇴치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그는 암 연구와 병행해서 일반에 대한 계몽사업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암 협회의 활동을 예로 들어, 한국 암 협회의 적극적인 활동과 사업을 기대한다.
우리 나라 의학자로서「토머스」박사의 밑에서 연구한 사람으로는 윤탁구 박사(방사선의학연구소 병리실장)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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