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파리 원정」에서 고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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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약 두달 전「윌리엄·J·포터」가 미군 측 수석대표로 온 뒤 월남평화협상에서의 미국의 새로운 정책은 분명한 윤곽을 나타내었다.
「포터」대사는 지금까지 공산 측이 여론에 영합하는 각종 제안을 해왔다고 단정, 이에 대한 반격을 가하기로 결심했다.
이 새로운 전략은 9월 9일「포터」대사가 첫 회의에 출석한 뒤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이래로 회의가 열릴 때마다「포터」대사의 강경한 태도는 분명히 나타났다.
월맹 측의 제안이란 전 미군의 월남 철수, 월남화 계획의 중지 등「사이공」정부를 강화해 주거나 숨돌릴 여유를 주는 일체의 행위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미국 측의 입장에서 보면「로지」,「브루스」등「포터」대사의 전임자들은 오직 협상의 의제에만 정신이 팔렸던 셈이다. 가능한 한 분쟁을 피하고 합리적인 제안을 해주도록 요청했을 뿐인 것이다.「포터」 대사는 의식적으로 도발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그는 공산 측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정치적 또는 군사적 힘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또 이러한 점은 당연히 공산 측과 일반 여론에도 주지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이곳에 부임했다.
공산 측의 주장을 꺾으려는 그의 노력은 동양인에게 위신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그가 잘 알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내가 불친절한 태도를 취할 때는 결코 우연히 그러는 것이 아니다』고 그는 말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말은 그가 겨눈 화살이 공산 측의 위신에 어떤 상처를 입힐 가능성을 계산에 넣은 의미 심증한 것임을 뜻한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미국의 입장에 관해서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관리들은 이러한 새로운 방식이「브루스」대사 시절에서는 볼 수 없었던「다이내믹」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식이 지니는 과격한 면은, 그러나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월남에서의 정치적 군사적 입장의 호전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9월 9일 그의 첫「파리」평화회담에서「포터」대사는 자신의 부임이 회담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매주 겪어야 하는 보도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 모임을 줄이자고 공산 측에 요청했다.
이를 공산 측이 거부하자 그는 다음 회담에서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
예를 들면 9월 16일 회담에서 공산 측 제의에 관한 미국 측 질문에 대해 공산 측이 답변을 거절하자, 그는『당신들의 7개 조항 제의가 명백히 말해주는 바「난센스」를 당신들이 계속 주장함으로써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겠다면, 본인은 당신이 전술을 바꾸지 않는 한 난처하게 될 것임을 명백히 말해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30일 그는 월맹대표에게『당신이 미국을 보고「이래야 한다」,「저래야 한다」고 소리칠 때 당신네들은 자기의 군사적 처지가 신통치 못하다는 점을 명백히 간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맹군은 단 하나의 지역이나 성의 수도도 장악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이런 전황에서 월맹 측이 독단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허세라고 공박했다.
지난 10월 14일 그는 상대편에 대해『당신네들의 군사전략은 오늘날까지 당신네들의 정치적 발전을 저해했으며, 당신네들의 월남에 대한 영향력은 군사적 처지와 마찬가지로 시종 미미한 상태에 있다. 당신은 이것이 사실이란 것을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0월 28일에 그는『당신으로부터 월남화 계획이 잘 진척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당신이 핏대를 올려 그 계획을 비난할 때마다 우리는 당신네들이 그 계획으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응수했다.
지난 주「포터」대표는 다양한 공산 측의 제안들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제까지 37개에 달하는 제안들이 쏟아졌지만 상대방 대표들이 그것을 설명하거나 변호할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고, 더구나 그것들을 떠맡을 만한 권한이 허용돼 있지 않기 때문에 거의 백지에 가까울 정도로 의미가 있는 것들뿐이라고 부언했다.
이에 덧붙여 미국 사람들은 보도되고 있는 공산 측의 내부혼란과「사이공」정부의 지위향상이 월맹으로 하여금 그들의 인적자원을 제방구축과 같은 국내의 긴급한 문제해결에 동원해야지 결코 남부의 불확실한 사태에 많은 인원을 개입시키지 않을 것으로 결정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하노이」는「베트콩」으로 하여금 3년여에 걸친 이 회담에서 일찍이 없었던「주고받기 식의 협상」을 벌이도록 허용할지도 모른다고 믿어지고 있다. <헤럴드·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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