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결혼한 처 만나게 해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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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스오까(정강)=조동오특파원】옥중에서 서면으로 결혼한 김희로씨는 수감 된지 3년10개월을 맞아 지금은 우리말을 익히며 내년 3월에 있을 결심공판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43회의 생일을 맞은 지난 20일에는 「요꼬하마」총영사 정영선씨에게 서면으로 결혼한 김문자씨(32·서울봉래동1가28)를 일본에 데려오는데 대해 관계당국이 협조해줄 것을 바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의 김씨는 건강상태가 좋은 편이어서 한국에서 보내온 우리말 사전으로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데 조청련계에서 변호사를 대주고 편의를 제공하겠으니 전향해 달라는 유혹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70이 넘은 어머니 추순이씨도 요사이는 매일 같이 식사를 넣어 주고 있으며 김문자씨를 결심 공판 전에 일본에 데러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관계당국에 진정하고있다.
김희로씨는 특히 정영선 여사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에서 ①자기친척 35명의 조선적을 한국적으로 고치게 했고 ②공판정에서는 일본에 대한 개인감정보다 한일우호관계를 고려하여 진술하고 ③처가 될 사람을 빨리 일본에 오도록 했으면 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우리말을 거의 모르는 김씨는 이 편지에서 「대한민국」 「추운데 몸조심 하옵소서」 등은 한글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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