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해부] 지급액 미리 정해 보험료 책정 하면 고갈시점 늦출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나중에 연금을 정말 못 받게 되는가.

많은 사람은 매달 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이 같은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큰 탓이다.

1월 말 현재 국민연금 기금은 모두 94조원. 정부는 2033년 1천6백14조8천억원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다 그해부터 적자를 내면서 2047년께 고갈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현행 연금제도를 손질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간다는 전제로 나온 계산이다.

그러나 '저부담 고급여 체제'에서 '적정 부담 적정 급여'로 연금을 개혁하면 기금은 고갈되지 않거나 그 시기를 뒤로 늦출 수 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연금의 역사가 훨씬 긴 선진국도 기금 고갈은 골칫거리였다. 초기에는 연금 가입자가 자기가 낼 연금을 자기가 내는 적립형 방식을 택했다.

이때는 돈을 내는 사람이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보니 연금 기금이 쌓인다. 그러다 50~60년 후 기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선진국들은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1970년대부터 연금제도를 손질했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 지급액수를 줄이는 등 실정에 맞게 다양한 방식을 택했다.

그래도 기금 고갈을 막지 못해 연금제도의 방식을 아예 바꾼 나라도 많다. 그해 지급할 돈(연금)에 맞춰 보험료를 거두는 '부과방식'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처럼 몇백조원의 기금을 갖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캐나다의 경우 56년 연금제도를 시작해 95년 기금이 바닥나자 부과방식으로 바꿨다.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 지급액을 크게 줄였다. 현재 2년치 정도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연금제도를 도입한 지 15년 가까이 된 우리의 경우도 변형된 적립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40~50년 가량은 기금에 별 문제가 없다. 관건은 초기에 쌓인 기금을 얼마나 오랫동안 끌고 가느냐다.

연금공단 연구센터 노인철 소장은 "기금이 고갈되면 부과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기금 고갈=지급 불능'이라는 등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마다 연금재정의 추이를 계산해 제도를 개선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연금을 못 받는 사태는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금 위기를 제대로 예측하고 이에 맞게 제도를 개혁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만약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후세대가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거나 그래도 안되면 나랏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 특별취재팀

신성식.정철근.김준현.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