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직원 기살리기 '휴먼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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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즐거운 일터를 만들어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려는 것은 모든 기업의 관심사항이다.

대다수 주한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외국 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시간까지 마련했다.

◆회사와 CEO가 직접 직원 사기 챙긴다=미국계 솔루션 업체 한국 지사인 PTC코리아의 박남주 부장은 5년 전부터 글로벌 본사 리처드 해리슨 회장과 함께 특별 휴가를 즐기고 있다.

뛰어난 영업실적을 거둔 임직원들을 뽑아 본사 회장과 같이 하는 특별 휴가를 주는 이른바 '프레지던트 클럽'이라는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휴가 기간은 7일이며, 숙박비.비행기표 등은 모두 회사에서 지원하고 가족도 동반할 수 있다.

박남주 부장은 "다국적 기업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소속감을 가지며, 특히 가족과 함께 애사심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미국계 피자 레스토랑 체인인 한국피자헛에는 두달에 한번씩 '표창하는 날(Recognition Day)'이라는 행사가 있다. 칭찬할 만한 일을 한 임직원들에게 상을 주는 날이다.

흥미로운 것은 표창 내용이다. 부지런함, 아름다운 미소, 여유 있는 모습 등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거나 칭찬할 만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준다. 상 이름도 알라딘상.횃불상 등으로 재미있게 붙였다.

직원들은 이날이 되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지하층 교육장에서 각 부서 특징에 맞게 음식.선물 등을 준비해 게임이나 선물 교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케팅팀 정선화씨는 "아랫사람들이 칭찬할 만한 상사를 뽑아 상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독약품-아벤티스 파마의 임직원들은 매주 목요일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회사 주변의 맥주집에 모인다.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부서별로 준비한 이벤트 행사를 즐긴다.

최근에는 재무관리실 자금팀 소속 직원들이 중절모와 프렌치 코트 등 드라마 '야인시대'연기자들의 복장 차림으로 서빙을 해 웃음을 선사했다.

다국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정기적으로 전직원이 영화를 보는 '무비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함께 영화를 보면서 직원 간 유대감도 넓히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전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관람할 영화와 날짜를 정한다"며 "회사 측에서 관람료와 저녁 식사비 일체를 지원해준다"고 말했다.

호주축산공사는 2001년부터 직원과 가족이 함께 가는 '맛기행'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직원들이 돌아가며 금요일 저녁의 코스를 짠다. 새로 문을 열거나 독특한 서비스.맛으로 유명한 집이 방문 대상이다.

가족까지 참여했던 지난해 12월 모임의 경우, 주말 일정을 비워 음식기행을 다녀왔다. 마케팅부 김지영 대리는 "회식 자리도 자연스럽게 겸하게 되고, 무엇보다 새로운 음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섭렵하는 기회가 돼 마케팅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운동으로 친목 다진다=세계적인 스포츠 및 의류제조회사인 뉴발란스의 한국 지사는 매주 수요일엔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다. 오후 5시에 일과가 끝나면 전직원이 함께 한강이나 남산 주변에서 마라톤 모임을 열기 위해서다. 함께 뛰고 땀 흘리면서 직원들 간의 결속력과 친밀감을 강화하고 업무에 지치기 쉬운 주중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회사 측의 배려다.

임직원들이 어깨를 맞대고 약 8㎞의 거리를 뛰고 나면 회사 내에서 못한 얘기도 친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이 회사 마케팅 부서의 이민희씨는 "숨이 턱에 차오를 만큼 뛰고 나면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직장 상사도 뛸 때만은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다국적 커피 메이커인 한국네슬레는 임직원들의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지역 커뮤니티 활동으로까지 넓힌 경우다.

이 회사는 매주 토요일 서울 본사와 청주 공장 직원들의 테니스 모임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1995년부터 임직원과 동네 주민들이 참가하는 '네슬레배 테니스 대회'를 청주시에서 열고 있다.

글=표재용,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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