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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정감 폭넓은 창법|한국공연 앞둔「코렐리」를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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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탈리아」의 전통「오페라」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그 자체의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전설적인 인물이나 퇴폐적인 귀족사회를 그린 틀에 박힌 단순한 소재라든가 지나치게 작위적인 줄거리, 극의 산만한 구성, 극을 무시한 노래의 우위생, 무대전환의 느린 「템포」등 그밖에 이유야 많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이탈리아·오페라」의 전통이 노래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18세기「이탈리아」에서 성립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일종의 가창법인 이른바 「벨·칸토」창법의 구현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한다. <김향주 (음악평론가)
이같이 「이탈리아·오페라」가 그 스스로의 모순 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베르디」「풋치니」「드니젯티」「룻시니」 오늘날도 세계「오페라」극장의 무대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이탈리아·오페라」의 본질인 음악의 우위성, 다시 말해서 유창한 노래의 아름다움 때문이고 또한 세계 「오페라·팬」들이 아직까지도 「이탈리아」노래의 매력을 잊지 못한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흔히「이탈리아·오페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 「오페라」를 지배한다는 말을 한다. 이는 「이탈리아·오페라」의 압도적인 비중을 뒷받침하는 말이 되겠지만 미성의 산지인 「이탈리아」출신 가수들의 「오페라·싱거」로서의 이상적이고 체질적인 적응성과 세계「오페라」무대에서의 그들의 지대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이탈리아」의 「테너」를 대표하는 세기의 가수「프랑코·코렐리」가 당대 최고의「오페라」가수로서 세계「오페라」계에서 인기절정에 있는 것도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욱이 같은 「이탈리아」출신 「델·모나코」와 「디·스테파노」가 제일선에서 물러난 오늘날 이름 그대로「테너」의 왕자로서 세계「오페라」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제2차 대전 후부터 1950연대에 걸쳐 「테너」계를 주름잡았던「델·모나코」와 「디·스테파노」의 쌍벽시대가 비교적 빨리 무너진 것은 물론「델·모나코」가 1963년의 자동차 사고 때문이고 「디·스테파노」가 1958년의 돌연한 성대의 쌍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50대에 접어든 그들은 가수로서의 능력의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봐야하며 이는 과거 두 차례 내한했던 「디·스테파노」의 거칠고 힘겨운 노래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코렐리」는 이들의 다음 대를 이은 가수라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이지만 50년대부터 시작된 그의 가수로서의 연륜은 이들보다 훨씬 길다고 봐야할 것이다. 「코렐리」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남국의 태양처럼 빛나는 그의 미성과 정열에 찬 극적인 힘찬 창법일 것이다.
이에 곁들여 뛰어난 미모와 1m80㎝란 장신의 체격은 그의 박력에 넘친 능숙한 연기력과 더불어 청중을 매혹할 정도로 무대를 완전히 압도해버린다. 그의 엄청난 성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풍부하지만 그의 노래에는 강철같은 강인함과 밝은 태양처럼 빛나는 광휘성, 그리고 유화한 서정 내포하고있어 다양한 감각과 넓은 표현력은 그의 가수로서의 기능을 특징지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의 성질이 서정적인 면과 극적인 면을 겸비하고 있어 마치「리리코」의 「디·스테파노」와 「드라마티코」의 「델·모나코」의 장점만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양면은 「오페라」는 물론 「이탈리아·칸초네」등 그의 넓은「레퍼터리」와도 직결되어 그의 가곡과 특히 「나폴리」민요는 정평이 있다.
또한 이를테면 「풋치니」의 「오페라」『라·보엠』의 「로들포」같은 서정적인 역에서도 물론 따스한 체온을 느낄 수 있지만 「레온카발로」의 「오페라」『팔리아치』의 「카니오」와 같은 극적인 역에서도 소리와 힘만을 과시하지 않고 인간적인 정미와 깊은 사고에서 우러나는 해학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의 강한 설득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넓은 성역에 걸쳐 완벽한 발성이 그의 큰 무기이지만 과거 약간 귀에 거슬린 고음부의 「비브라토」는 63년 발성의 전환으로 시정되어 그의 세련된 창법과 더불어 자연스런 「벨·칸토」의 진수를 노래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어쨌든 일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현역「오페라」가수가 내한하기는 이 근래 없었던 일로 다시 얻기 어려운 기회인 만큼 한국악계나 「팬」들에게는 가슴 뿌듯한 큰 기대가 되리라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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