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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적극외교의 전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유엔」이 중공의 가입을 인정하게되자 앞으로 「유엔」에서의 한국문제토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각국의 반응을 토대로 이에 대한 신축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한다.
외무부 당국자는 앞으로 한국이 「유엔」에서 유리한 고지를 계속 차지하기 위해서 ①대미 의존적인 「유엔」외교에서 진일보하여 자주외교를 강화해 나가고 ②「유엔」테두리 안에서의 국제정치 상황이 2극 구조에서 3극 구조로 옮겨가는데 따라서 생겨나는 새로운 힘의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③중공세력에 편승, 북괴의 침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대 중립국 외교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공의 「유엔」가입과 국부중국의 「유엔」이탈은 국제권력정치에 있어서 새로운 상황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뿐더러 「유엔」의 질적 전환을 촉구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팩스·루소·아메리카나」(미·소 지배하의 세계평화)의 시대는 끝났고, 미·소·중공 등 3대국이 「유엔」테두리 안에서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좌우하는 새 시대에 접어든다. 「유엔」에 가입키로 되어있는 중공은 「제3의 강대국」으로 행세하기를 거부하고 약소국의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모양인데, 이로 말미암아 「유엔」안에서의 세력분포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한국전쟁에 있어서 북괴를 도와 참전했던 중공은 한국문제에 관한 「유엔」의 모든 결의를 무효라고 주장해왔고 그 결의에 따라서 설치된 「유엔」의 제기능의 폐지를 요구해 왔었다. 그러한 중공이 「유엔」에 가입하여 안보리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되고, 또 국명호칭 여하에 따라서는 바로 오는 11월초부터 안보리 의장국 자리를 맡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 한국이나 남·북한관계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중공의 「유엔」가입이나 대미접근정책이 극동정세의 완화와 안정을 희구하는 것이라고 하면 중공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불안한 한반도사태」를 극복키 위한 수단으로서 남·북 분단의 현상을 동결하고, 교전국 사이에 평화조약을 맺고,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을 추진해나갈 공산이 크다. 중공이 이와 같은 정책을 전개한다고 하면 현상동결의 선에서 세계평화를 공고하게 하기를 원하는 국가들은 거의 전부가 이에 동조하고 나설 것으로 보아야한다.
동·서독의 경우처럼 분단현상을 동결하고 양자를 동시에 「유엔」에 가입시킴으로써 동·서독간의 대립, 긴장을 풀어나간다는 방식이 남·북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세계여론이 비등해질 때, 지난날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에 있어서 합법성·정통성을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던 한국의 「유엔」에 있어서의 지위나 한국에 파견되고 있는 「유엔」군이나 또는 「언커크」등의 존속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그런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침착하게 대책을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오늘의 「유엔」내외를 통한 국제정치상황은 우리 한국에 대해서 정부당국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냉혹하고 심각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외무당국은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대미의존외교를 가지고 한국의 독립과 주권, 그리고 기득한 국제적 지위를 보전할 수 있으리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지고서는 격동하는 정세에 대비하면서 국권을 수호하고 신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품안에 안긴 한국」, 혹은 「서방진영만이 인정하는 한국」에서 이제「자주 독립한 한국」, 「세계의 한국」이 되기 위해 외교정책상 비약적인 전환을 더 강하게 시도해 나가야 한다.
중공의 「유엔」가입은 북괴의 국제적 지위를 상대적으로 높여주고 북괴가 시도하고 있는 대 서방해빙 외교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이점을 솔직이 인정하고 오래 전부터 우호친선관계를 맺어온 서방진영국가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함은 물론, 중립국이나 공산권에 대해서 보다 더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 남·북간에 벌어지고 있는 해빙외교전쟁의 귀추야말로 국제정치면에서 남·북 관계를 좌우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의 국가원수가 중립진영의 「리더」격인 인도나 「유고슬라비아」등 국가를 몸소 친선외교 방문함으로써 한국의 「이미지」를 신선케 하는 것이 시의에 알맞은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내정문제에만 골몰하던 국회의 여·야가 국제정세변화의 도전이 중대함을 간신히 깨닫고 대외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행정부가 엄연히 존재하고, 해외각국에다가 외교사절을 보내고 있는데 국회가 별다른 준비도 없이 외교사절을 파견한다는 것은 낭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외교실무는 어디까지나 정부에 맡기도록 하고 국회는 외교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주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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