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 바뀌는 미 청소년들 『피차』아니면 안 먹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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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의 대표적 간이식사라면 으례 「햄버거」부터 들추는 것이 상식. 한데 어느 사이엔가 이 「햄버거」의 왕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탈리아」판 「햄버거」인 「피차」에 목하 일패도지중인 것이다.
「피차」는 반죽한 밀가루를 동글게 펴서 그 위에 「치즈」·「토마토 케찹」·「베이컨」조각 등을 얹어 강한 양념을 쳐서 구운 것으로 이태리식 빈대떡이라고나 할까?
한데 미국의 청소년들은 『가장 「양키적인 음식」』 「햄버거」를 팽개치고 「피차」가게 앞으로만 몰린다는 얘기.
「햄버거」 장수들은 『「이탈리아」의 간접침략』이라고 자못 심각한 표정이지만 청소년들은 마이동풍. 최근 「갤럽」조사소가 집계한 바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에 무려 35억「달러」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전국의 「피차」가게를 3만개로 잡아서 가게당 3만5천「달러」꼴씩 팔아치웠다는 계산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탈리아」계 이민들이 그저 식도락 삼아 찾던 음식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것은 어마어마한 성장률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요식업가의 표현을 빌면 『「제너럴·모터즈」를 타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업종』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피차」를 만들어서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도 숱하게 많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셰이키」회사.
17년 전 「캘리포니아」주 「새크러멘토」에서 보따리장수 식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지점만도 4백여개를 가진 일류기업체가 되었다. 작년의 결산 보고서를 보면 총 매상량 2천1백만개, 수입 7천3백만「달러」로 적혀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셰이키」회사 지점을 가보면 정말 가관이다. 「피아노」와 「밴조」가 쉴새 없이 울려 퍼지고 주로 청소년인 손님들은 저마다 맥주잔을 들고있다.
한데 맥주잔은 그저 들어본 것에 불과하고 말하는 시간외에는 그저 「피차」를 물어 뜯는데만 골몰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맛있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쉴새 없이 지치지 않고 먹다가는 맥주잔을 밀어내고 휭하니 나가버린다.
장사가 이 정도로 번창하면 배짱도 자연히 두둑해지는 법. 「셰이키」회사의 사장 「조·돌런」씨가 『우리 회사의 「피차」가 자랑으로 삼는 것은…』하고 장광설을 늘어놓는다고 우습게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친다. 「돌런」씨는 고 「로버트·케네디」의 재정후원자로서 정계에도 제법 얼굴이 통하는 인물인 것이다.
「셰이키」회사와 어깨를 겨루는 것에 「위치터」에 있는 「피차·허트」회사가 있다. 「셰이키」보다 규모는 떨어지지만 돈벼락을 맞았다는 점, 욱일승천의 기세로 확장되어간다는 점에서는 조금도 차이가 없다.
무슨 업종이든지 늘어가면 꼭 생기는 것이 조합.
「피차」장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개의 판매조합이 이미 결성되어있다. 예컨대 미국북부지방 「피차」협회니 무슨 무슨 주 「피차」판매인 협회회장이니 하는 간판과 명함도 심심치 않게 나드는 것이다.
지난주에는 「피차」 만드는데 솜씨가 있다고 자부하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클리블런드」에 모여 솜씨 경연대회를 벌이기도 했는데 『「피차」가 세계를 정복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게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견해. 일본에도 곧 몇 군데 「피차」 전문점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고 보면 이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만도 아닐 것 같다. <뉴스위크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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