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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퍼들, 목에 힘 쫙 뺐네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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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골프장에선 공 잘 치는 사람이 최고? 요즘은 아니다.

 가장 공을 잘 치는 남자 투어프로 골퍼들, 필드에선 목이 뻣뻣하던 그 ‘프로님’들이 요즘 서비스맨으로 바뀌었다.

 올해 남자 프로골프 선수들은 프로암 대회(프로와 아마추어의 친선 경기)에서 종종 아마추어들이 치는 화이트 티에서 티샷을 했다. 예전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본 대회를 대비하기 위해 대회에서 쓰는 백 티에서 티샷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스폰서 등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일부 프로암에서 아마추어들이 쓰는 티와 똑같은 곳을 쓰자고 제안했고 선수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이인우 선수회장은 “대회가 성공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감내할 수 있다”면서 “아마추어 참가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티샷 위치를 바꾸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프로암에서 자기 연습하느라 손님들 신경을 거의 안 썼다. 그냥 라운드 시작할 때 악수하고 끝날 때 인사하는 정도였다. 아무래도 남자 선수들은 무뚝뚝한 데다 쓰는 티잉 그라운드까지 달라서 교류가 없었다. 게다가 일부 ‘프로님’은 공 잘 못 치는 아마추어들을 무시하기도 해 기분이 상해서 돌아가는 참가자들도 더러 있었다. 박호윤 KPGA 사업국장은 “요즘은 프로암 참가자들이 ‘선수들이 동반자 레슨해 주느라 자기 공을 안 치더라’고 얘기하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프로암 동반자와의 라운드 후엔 골프 실력을 좋아지게 할 팁 2~3가지가 들어간 감사 편지도 써서 증정한다. 또 대회 최종일엔 선수 30명이 의무적으로 남아 우승자에게 샴페인을 뿌려주는 등의 이벤트를 벌여준다. 동료 축하보다는 TV에 멋진 장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우승자는 또 갤러리 한 명을 추첨, 무료 동반 라운드를 시켜준다.

 선수들이 달라진 것은 위기감을 느껴서다. 올해 KPGA 대회는 14개였다. 그중 5개는 선수 중 절반 정도만 참가가 가능한, 다른 투어와의 공동 주최 대회다. 중하위권 선수에겐 대회 수가 9개였다.

 그래서 선수들은 주중에 열리는 대회도 감사해 한다. 시즌 최종전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은 화요일에 시작해서 금요일에 끝났다. 주중 경기는 선수들에게 비용이 더 들어가고 자존심도 상한다. 그래도 선수들은 OK를 했다. 이인우 선수회장은 “우리가 다가가면 팬들이 우리의 진짜 실력을 알아주고 대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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