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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연·성대에 군 투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학에 회오리가 몰아 쳤다. 학원질서확립을 위한 특별 명령이 내려진 15일 낮 12시를 전후해서 서울대학을 비롯, 고대·연세대·성대 등 시내 각 대학에 수도경비 사를 비롯한 수백 명의 군 병력과 경찰기동대가 출동, 학원으로 진입했다. 고대에서는 10여 대에 분승한 군 병력이 진입, 학생 수백 명을 연행했으며 연행학생들을 발길로 걷어차고 신발을 벗어 들게 하는가 하면 취재기자들의 「필름」을 뺏고 밀치는 등 거친 행동으로 연행했다.
서울대·연세대와 성대는 학생들이 등교치 않아 비교적 조용히 군이 진입했으나 고대에서는 돌을 던지는 학생과 최루탄을 쏘는 군인들이 맞서 험악한 분위기마저 이뤘다.

<고려대>
11시 50분 15대의「트럭」과 「지프」에 분승한 약 2백 명의 군인들이 고대에 출동, 학생회관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있던 학생 수십 명을 연행했다.
이날 2대의「사이카」의 선도로 경 장갑차까지 타고 들이닥친 군 병력은 차를 탄 채 교문 안으로 진입, 운동장 한가운데서 내려 일부는 외곽을 경비하고 일부 군인들이 학생회관과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연행했다.
놀란 학생들이 문으로 달아나자 군인들은 최루탄을 쏘아대며 교내를 닥치는 대로 뒤져 학생을 보는 대로 하나하나 검거, 타고 온「트럭」에 태웠다.
쫓긴 일부 학생들은 총장실이 있는 본관건물 복도에서『이럴 수가 있느냐』고 땅을 치며 발을 굴렀다.
군인들은 연행한 학생들에게 신을 벗어 양쪽 손에 하나씩 들게 하고 차에 태웠고 차에 탄 뒤에는 고개를 수그리게 했다. 총대로 때리기도 하고 끌어다 차에 태웠다. 군인들은 12시 20분쯤 교정에 있던 학생들을 전부 연행하고 다시 도서관으로 진입, 수명을 연행했다.
교문 앞에는 10여 명의 군인들이 경비했으며 학교주변과 길목에는 경찰기동대가 지키고 있는 가운데 고대 앞길은 일반시민들이 통행을 못하고 있었다.
이 연행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김상협 총장은 문교부에 가 부재중이었다.
단독 무장한 군인들은 방독「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며 최루탄 냄새가 총장실까지 스며들었다.
연행된 학생의 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군인들은 기자들의 접근을 막아 사진기자들의「필름」을 빼앗고 때려 쫓아냈다.
낮 12시 45분쯤에는 8대의 장갑차까지 동원돼 교내에까지 들어와 삼엄한 분위기를 이뤘다. ·
고대에 진주한 군 병력은 이날 낮 12시 45분부터 하오 2시 20분까지 57대의 「트럭」및 「드리쿼타」로 학생들을 연행해 갔다. 학교당국은 약 1천여 명이 군 당국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하오 2시쯤 학교정문을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취재 중이던 중앙일보사의 사회부 김형구 기자와 조선일보 사회부 고학룡 기자의 취재수첩을 빼앗아 갔다.

<연세대>
15일 낮 12시 공수특전단장 정병주 준장이 이끄는 5백여 명의 병력이 연세대 구내에 들어갔다.
정 준장은 곧 이근식 연세대 학생처장 실에 들어가 『명령에 의해 학교에 주둔하는 것』을 알리자 이 학생처장은 『그렇다면 학교로서는 휴교하는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27대의「트럭」을 타고 구내에 들어온 무장 군 병력은 즉시 학교건물을 점거하고 외부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한편 서대문경찰서 기동경찰관 2백여 명은 군 병력 투입과 거의 동시에 연세대로 밀려들어왔다.
이들 중 일부 무술경관들이 학생 간부 실에서 학원사태를 논의 중이던 학생회장 문상우군 (22·철학과 3년) 등을 연행했고 도서관·강의실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건물 밖으로 내쫓았다.
이날 연세대 이 학생처장은「캠퍼슨 안에 남아 있던 2백여 학생들을 모아 놓고『군대가 진주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가 통곡을 해도 해결할 길이 없다. 학교 당국은 조속한 시일 안에 다시 학교 문을 열도록 하겠다. 학교 밖에서라도 열심히 공부하라』고 울먹였다.
모여 있던 남녀 학생들도 이 학생처장을 끌어안고 흐느껴 울면서 하나 둘씩 교문을 나섰다.

<서울대>
이날 낮 12시 45분쯤 헌병 백차의 선도를 받고 완전 무장한 병력 20명씩을 실은 군「트럭」13대가 문리대 정문을 통과 문리대 운동장에, 법대에는「트럭」9대가 법대 구내에 진주한데 이어 군「트럭」4, 5대에 텐트 등 숙식장비를 싣고 들어가 야영준비를 하고 있다.
낮 1시부터는 문리대 정문과 법대 정문에 집결한 사병 4명씩이 학교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아침부터 교내와 학교정문, 부근 다방 등에는 사복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갑작스런 군 병력의 학원 진주로 교내에 있던 학생들은 『위수령이 발동됐느냐』고 놀란 표정으로 묻다가 뒷담을 넘어 학교를 빠져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아침부터 학교안과 학교부근에서는 김재흉 군(22·정치학과 3년) 등 많은 학생들이 사복형사들에 의해 연행됐다.
군 병력이 학교에 진주하자 서울대학처장들은 총장실에 모여 대책을 숙 의하고 있다.

<성균관대>
성균관대에도 이날 낮 12시 45분쯤 무장군인이 교내에 들어갔다.
이날은 공자 탄생일이어서 학교가 휴강, 재학생이 마침 등교치 않아 성균관대의 경우는 학생연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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