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251번 뛰었다 … 나이를 잊은 74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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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풀코스 마라톤 251회 완주. 백발 러너 윤영규(74·대구·사진) 씨가 61세였던 2000년부터 13년에 걸쳐 쌓은 기록이다. 올해 중앙마라톤은 그의 251번째 풀코스다.

 윤씨는 50세 때 위궤양을 고치려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의 권유에 따라 달리기를 시작했다. 의사가 권한 건 가벼운 조깅이었지만 윤씨는 점점 달리기에 중독됐다. 10㎞를 달린 뒤엔 하프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었고,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자 풀코스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2000년 처음 풀코스를 완주한 날엔 집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4시간 동안 앓았다. 그때 고통과 희열이 공존하는 마라톤의 묘미를 느꼈다.

 그는 2006년 100번째 풀코스를 완주했고, 2010년 200회를 달성했다. 국내 유명 대회뿐 아니라 일본 이부스키 유채꽃 대회, 중국 베이징 대회 등 외국 대회도 틈날 때마다 찾는다. 2006년 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이 찾아왔을 때도 달리기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그의 완주 기록에 찾아온 작은 위기였다. 윤씨의 최고 기록은 2007년 중앙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47분35초지만 최근 춘천마라톤 기록은 5시간7분21초로 떨어졌다. 중앙마라톤의 제한 시간은 5시간이다. 완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언덕이 별로 없어 달리기 편하고, 하천 옆을 뛸 때는 경치도 너무 좋은” 중앙마라톤은 그에게 가장 편한 코스 중 하나였다. 윤씨는 4시간53분23초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마라톤은 나이와 관계없다. 일흔 넘으면 힘쓰는 일은 못하지만 마라톤은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몇 살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잔병치레가 없었다는 그는 “달리기가 삶에 활력을 준 덕분에 눈도 아직 잘 보인다”며 건강을 과시했다. 윤씨는 “마누라는 내가 심장마비라도 올까봐 그만 하라고 한다. 그러나 내 몸은 내가 안다. 내년 중앙마라톤에도 참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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