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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작가에게 새로운 기회 제공 프린트 아트 메카 만드는 게 내 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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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호 13면

2002년 개관한 싱가포르 타일러 프린트 인스티튜트(STPI)는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 예술기관이다. 미국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로버트 라우셴버그·재스퍼 존스·데이비드 호크니·프랑크 스텔라 등의 판화를 만든 거장 케네스 타일러가 자신의 판화 공방을 고스란히 넘긴 것이 모태가 됐다. 판화 제작을 위한 500t 짜리 프레스를 비롯해 펄프 제작 시스템과 판화 제작 관련 기구는 가히 독보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갤러리와 작가 스튜디오 및 숙소까지 갖추고 있어 기획부터 제작, 전시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싱가포르 타일러 프린트 인스티튜트(STPI) 에미 유 관장

STPI 창립 멤버로 일하기 시작해 2009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에미 유(Emi Eu·45·사진) 관장은 “세계적인 작가를 계속 초청해 그들이 거의 해보지 않은 종이 및 판화 작업을 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을 이끌어내고 STPI가 프린트 아트의 메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소개했다.

STPI는 1년에 6명의 작가를 초청한다. 1명은 싱가포르, 1명은 서양, 4명은 아시아 작가다. 한국에서는 전광영·서도호 작가 등이 한 달씩 머물며 색다른 종이 작업을 체험했다. 이번 양혜규 작가는 STPI가 매년 한 명의 작가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처음 시작한 ‘플랫폼’ 프로젝트의 첫 수혜자이기도 하다.

“실력 있고 주관이 뚜렷한 작가를 모셔오는 일이 가장 어렵죠. 왜 판화 작업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보통 몇 년씩 걸려요. 그래도 머리가 되고 손이 되는 저희만의 일심동체 지원 시스템이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다들 말씀해 주십니다.”

유 관장은 한국에서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현대 미술을 공부했다. 싱가포르 언론인과 결혼 후에는 NYU로 유학, 예술경영까지 섭렵했다. 숙명여대에 정영양자수박물관을 세운 정영양 박사의 딸이다. 2007년부터 에르메스 재단 프로그램 디렉터로도 일하면서 프랑스 문화 전파에 기여한 공로로 2010년 슈발리에 훈장도 받았다.

STPI는 정부 기관이지만 후원액은 전체 예산의 25%에 그쳐 부족한 부분은 작품 판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충당해야 한다. 세계 최대 최고의 미술장터인 아트 바젤에 올해 처음 부스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노력이 감안돼서였다. 유 관장 역시 올해부터 아트 바젤 홍콩의 셀렉션 커미티 멤버이자 아트 바젤 조인트 커미티 멤버가 되어 세계 미술 시장에서도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아트 리뷰가 최근 선정한 ‘미술계 파워맨 100’에 94위가 한국의 김선정, 95위가 싱가포르의 유진 탕이 올랐네요. 아시아 사람들이 순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은 서구에서 아시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거든요.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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