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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읽는 맛 느끼게 해준 영화 ‘그래비티’ 분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7호 30면

10월 27일자 중앙SUNDAY는 문화재 담론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사연댐에 잠겨 훼손이 우려되는 반구대 암각화 문제와 관련해선 그간의 경과와 대안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10년여 동안 암각화 보존 방안들이 강구됐다는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지면에 언급된 울산시 문화체육과장보다 박맹우 울산시장을 직접 인터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제 강점기 유산의 문화재 등록을 다룬 11면 기사에서도 오욕의 역사인 일본군 관사를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문화재청이 정작 민족의 얼이 서린 사직단 복원엔 소홀하다는 지적이 통렬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이전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만난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인터뷰에선 연금 문제에 대한 문 후보자의 견해가 1, 3면을 통해 상세히 다뤄져 유익했다. 기사화되기 전의 인터뷰 대상자가 뉴스메이커가 된 상황인데, 인터뷰 후일담에 냉정한 지적도 함께 곁들여졌으면 더욱 좋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에 담긴 정치외교학 기사에는 여느 매체에선 볼 수 없는 유익한 내용이 가득했다. 런던시장 만찬이 열리는 곳의 고유명사(Guildhall)를 ‘Gulid Hall’로 잘못 띄어 쓴 점은 아쉽다. 평양엔 없고 서울엔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동문회 기사도 무척 흥미로웠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그래비티’를 항공우주과학자의 시선으로 처리한 기사는 중앙SUNDAY를 읽는 맛이 이렇다는 걸 실감케 했다. SF 영화 속의 과학적 오류를 짚어낸 내용을 보며 과학적 사고에 둔감했던 두뇌가 자극받은 느낌이다.

‘미국 팝의 원류를 찾아’ 시리즈는 시원한 그래픽과 함께 올드팝의 향수를 달래는 차분한 문체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CD는 유튜브에 KO패한 걸까’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음반의 종말을 다룬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글은 솔직한 경험에서 비롯된 진솔한 필치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번 호에서는 스포츠 지면이 빠졌는데 과거 ‘인사이드 피치’ 칼럼처럼 중앙SUNDAY에서만 볼 수 있는 스포츠 얘기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S매거진에서 돋보인 기사는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톰에서 활동하는 김설진 인터뷰였다. 과거 여러 국내 무용수들이 벨기에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했지만 김설진이 왜 유럽에서 호평을 받는지 내한공연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글이었다. 1990년대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그 열정이 식었다는 지적도 만만찮은 ‘벨기에 현대무용’에 대한 보론이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S매거진이 표지로 다룬 한복 패션쇼는 볼거리가 풍성했다. 박물관 고증 한복과 인사동 개량 한복 사이에 중간지대가 있어야 트렌드화가 가능하다는 서영희 스타일리스트의 지적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트패션이나 기성업체가 한복 패션쇼를 지켜본 소감이 더해졌더라면 좋았을 듯싶다.



한정호 공연예술잡지 ‘객석’ 기자로 5년간 일했고 클래식 공연기획사 빈체로에서 홍보·기획을 맡았다. 주말에 야구를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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