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정정 불안 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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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이티의 폭군 「뒤발리에」가 죽고 그 아들 장·클로드·뒤발리에가 사상 가장 어린 20세의 나이로 종신 대통령에 취임한지 1백일을 맞은 요즈음 비밀의 장막에 싸인 아이티에선 두 남매 사이의 권력투쟁으로 그 정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문맹율이 90%나 되는 몽매한 국민들이 기아와 질병·학살로 평균 47년 밖에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파·독으로 불리는 희대의 독재자 뒤발리에는 「부두」교라는 미신과 통통·마쿠트란 폭력·비밀경찰의 철권을 휘두르며 14년 동안 암흑 정치를 행하다가 지난 4월22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을 때 사후문제 처리를 위한 유언장을 남겼는데 그의 부인 마담·시몬느·뒤바리에가 계속 궁중에 머물러 대통령을 보좌할 것을 지시하고 신각료의 명단까지 미리 짜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말없는 사자를 비웃기나 하는 듯 시몬느 부인과 강·콜로드, 그의 친누이 마리·드니스, 그녀의 남편이며 주불대사인 막스·도미니크, 내상겸 국방상 「캄브론」 등 야심가들은 조용한 가운데 미묘한 권력 쟁탈전의 조짐을 보였다.
작년 9월 임지에서 귀국한 마리·드니스는 아버지 「마파·독」의 비서직을 맡고서 국정에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며 호시탐탐 친모와 장·클로드와 겨루어 마리·도미니크 왕조(?)로의 평화적 역성혁명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반 마리·드니스 파의 실질적인 배우자 캄브론 국방상은 시몬느 부인을 앞세워 뒤발리에가의 법통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장·클로드 옹립을 관철시켰다.
얼마 전엔 도미니크 대사의 4촌동생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마리·드니스가 맹렬히 항의했다는 풍문이 나돈지 얼마 후 그녀 일가는 돌연 파리의 임지로 돌아갔다. 누이와 어머니와의 상쟁에서 장·클로드는 어머니 편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패배한 것일까. 현재 장·클로드는 허수아비이고 실질적인 권한은 마담·시몬드와 배후의 실권파 관료 군인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항공회사·여행사·토지 등 경제권을 독점한 이를테면 지배층들이다..
그러나 장·클로드, 치세 1백일만에 아이티에는 서서히 변화가 얼어나고 있다. 「통통·마쿠트」가 새로운 친위민병대로 대체되고 악명 높은 그 우두머리들이 경질되는가 하면 수력발전소가 새로 서고 최저임금이 오르고 관광개발과 미국계 은행이 복귀하는 등 대내외적인 구각 탈피가 아주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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