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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노동 관계자 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에서 세 개의 국제노동관계자회의가 27일부터 일제히 개막되었다. 노동문제에 대해 불감증을 보이고 있던 한국을 위해서 이들 대회의 서울개최는 퍽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하겠다.
아세아 지역 노동장관회의는 15개국 노동장·차관을 포함한 대표 60여 명이 참석하여 ①70년대 아주 지역의 경제개발과 노동조합의 역할 ②아주 지역에 있어서의 인력교류를 위한 기술수준의 평준화 등을 토의하게 된다.
또 국제자유노련아세아 지역기구 집행위는, 15명의 집행위원이 참석하여 ⓛ뉴델리에 있는 아주 노동대학의 지역사무소의 이전문제 ②원조단체로부터의 노조지원 문제 등의 의제에 관하여 토의를 할 것이라고 한다. 또 아주 노동지도자 원탁회의는 이 두 회합에 참가한 양측참가자들이 『경제개발에 있어서의 노조의 역할』에 관하여 간담회를 열기로 되어 있다한다.
아주 지역의 노동관계장관과 노동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회의를 갖게 된 것은 한국의 노동문제가 외국에서도 관심의 초점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일본을 제외한 참가국들이 대개 ILO의 노동기준에 미달하는 후진국가들이기 때문에 아주 노련 집행위원들의 고민은 예상외로 클 것으로 짐작된다. ILO사무총장의 말처럼 오늘날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당면한 노동문제는 복잡하고 절박한 것이기에 기업주의 사회적 책임과 근로자의 정책결정에의 참여권이 특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주 지역의 근로자들이 좁은 노동시장과 수많은 산업예비군의 압력 때문에 제 권익을 다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모든 나라들이 모두 진보적인 노동법규를 가지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사문화되고 있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활동이 약한데에도 그 원인의 일단이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구조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하겠다. 수많은 실업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한, 취업자의 권익을 옹호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각 정부는 우선 고용증대와 산업기반의 안정에 정직한 전력투구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자유 노련이 공산주의 노동운동과 절연하고 이와 대결하고 있는 이전도 근로자의 독재나 특권을 부인하고 민주사회시민의 평등한 한 구성원으로서 복지사회를 형성하려는데 있으므로 근로자들도 선진국 노동자와 같은 대우를 일거에 획득하려고 하여서는 안 될 것이며, 경영주들과의 협의를 통하여 꾸준히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노력하여야할 것이다. 경영주도 기업이 결코 한 개인만을 위한 사업체가 아니고 그 공익성을 깨달아 경영면에서의 독주를 피하고 근로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옹호해 주도록 지향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제헌당시 헌법은 근로자의 경영참가권 뿐만 아니라 이익분배 균점권까지도 규정하고 있었던바 신 헌법에는 이들 규정이 없으나 그 정신은 아직도 살아있는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에 보는바와 같이 근로자의 권익 옹호를 위한 조직운동이 난폭해지는 것은 생활급에도 미달하는 저임금에 대한 기업주들의 무관심과 기업자체의 부실성 때문이라고 하겠다. 기업주는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그들을 자식과 같이 가족적으로 보살펴야할 것이요, 그들의 요구에 앞서 이익분배에 참여시켜야만할 것이다.
후진사회에 있어서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함께 경영협의회나 노사협의회의 구성과 선용이 또한 바람직하다 하겠다. 과거의 노동운동이 과열화한 이유는 경영주의 박애정신의 결핍과 설득부족에서 나온 경우가 많은바 기업주는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요, 고용원과 그 가족들의 복지까지도 보살펴주는 「덕」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후진국가에 있어서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의 관여와 보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에 노동장관회의는 각국의 경제실정과 노동자의 지위를 생각하여 아주 지역에 알맞는 노동기준의 제정과 근로자 복지의 향상이며 국제간의 인력교류에 의한 근로조건향상 등에 공동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한국정부는 비록 이 회의의 의장국이나 노동부조차 없는 현실을 자성하고, 근로자의 복지향상이 곧 국가의 이익에 직결하고 있음을 명심하여 근로자 보호에 가일층의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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