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제상정의 원천적봉쇄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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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올해「유엔」총회대책의 하나로 한국문제의 의제채택을 처음부터 봉쇄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러한 전략을 검토하게된 연유는 「유엔」에서의 한국문제에 관한 토의가 과거 20여년간 똑같은내용을 되풀이 상정함으로써 일부 회원국에 염증을 느끼게 하고있을뿐 아니라, 바로 이점을 이용해서 공산측은 「유엔」을 그드르이 선전공세 무대로 이용하고 있기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는 21일부터 개막될 올해총회에서는 특히 중공가입문제를 에워싼 파동이 한국문제에 대해서도 큰영향을 미쳐, 어쩌면 공산측이 제기한 남북한의 무조건동시초청안에 대한 표의 향배가 우리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조차 없지않기때문에 우리의 대「유엔」전략은 이러한 상황변동에 대처하지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문제의 의제채택을 처음부터 봉쇄한다는 것은 정부가 갖가지「유엔」대책을 검토함에 있어서 당연히 고려해 봄직한 현실적인 방안이요, 그와같은 방안을 실지로 채택하게될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한국은 3년전인 1968년 게23차 총회때부터 매년의 총회때 마다 한국문제를 자동상정하던 방식을 버리고, 「재량상정」방식을 택하기로 전환한바 있었으며, 그당시 그와같은 결정을 하게했던 이유 역시 올해 정부의 대「유엔」전략을 결정한 이유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재량상정」방식을 채택하고 난 뒤에도 공산측은 그뒤의 69·70년 「유엔」총회에서 기습적또는 상투적으로 「유엔」군철수및 「언커크」해체안을 내놓음으로써 한국문제는 의연히 해마다 같은 내용의 토의를 되풀이해 왔던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우리가 의제채택과정에서부터 한국문제를 삭제하기로 한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재량상정」방식을 통해 기대한 목적을 근대로 달성할 수 있게되는 셈이다.
다만, 한국문제의 의제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하더라도 그 결정여부는 「유엔」다수 회원국의 향배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정기총회의 임시의제나 보충의제는 운영위원회를 거쳐 총회에 제출되어 승인을 얻어야하며 총회의 과반수 찬성으로써 수정또는 삭제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르 처음부터 의제를 삭제하는데 있어서도 운영위원회에서는 물론, 총회에서의 다대수회원국의 지지가 필요하며, 여기서도 한국을 지지케하는 설득노력은 마찬가지로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처음부터의제를 봉쇄하면 동시초청문제를 비롯해서 공산측의 결의안공세를 막기위한 번거러움을 한꺼번에 덜 수 있으므로 의제봉쇄문제는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동상정을 지양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결과적으로 「유엔」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희박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점과 또 그것을 기회로 공산측이 기습적으로 엉뚱한 공세를 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때문에 이에는 충분한 경계가 필요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유엔」에서의 한국문제트토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은 우리의 대「유엔」외교가 너무도소극적이요, 방어적인 것으로 전락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에 넣어야 할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와같은 대「유엔」전략을 세우게 된 것은 국제정세변동에따라 「유엔」분포세력이 크게 전변하고 있기때문에 어쩔수 없는 시련이라고 하겠으며, 또 이와같은 정세변동은 앞으로의 정세를 내다볼때 우리에게는 더 큰 시련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것이다. 예룰들어, 「유엔」가입의 「보편성원칙」이 올해들어 유난스럽게 자주 제기되고 있는 점이라든지, 「우·탄트」「유엔」사무총장에 의한 남북한의 72년 동시 「유엔」가입론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있는 현실등은 그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럴수록 한국은 치밀한 대책을 세우고 임기응변의 기동성을 발휘함으로써「유엔」에서의 한국의 좌표를 확고히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은 더 말할나위도 없다. 그러기위해 우선적으로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각국의 한국에 대한 지지이며 그를 위한 각국과의 협조를 도모해야할 것이다. 우방제국은 물론, 많은 중립국에 대해서까지도 평화애호국가로서의 한국의 영상을 확고하게 심는 적극외교가 지금 무엇보다도 크게 요구되는소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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