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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북괴·월맹의 해빙난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1년여를 통해 인지공산세력과 중공·북괴는 반미공동전선을 펴왔다. 71년 여름에 일어난 대폭적인 정세변화와 협상시대의 개막은 이 세력이「블록」이라기보다는「전선」임을 드러냈고, 그들 사이의 차이점들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특히 「베트콩」 「빈」여인의 7개항 제안과 「키신저」 주은래 회담 및 남북한적십자회담에 그들 각자는 서로 상이한 반응을 나타냈음을 볼 수 있다. 「키신저」의 북평 방문에 관해 중공신문은 7월15일 이를 발표했는데 평양에서는 8월6일에 가서야 비로소 반응을 나타냈고 김일성은 비록 뒤늦게나마 각별히 열렬한 반응을 표명했다.
김일성은 앞으로 있을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에 대해 언급하면서 「키신저」보좌관의 방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하노이」는 자신의 태도를 명백히 하지 않고 있다. 「사회주의진영의 분열위험」이라는 문귀로써 반발의 태도를 취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중공의 반소입장에 기대려한다』고 한 「프라우다」의 논설을 그대로 본뜨지는 않았다.
한편 월남의 좌파들은 어디까지나 「파리」회담에 중요성을 부여하려하면서 미국의 「페이스」에 말려 결전장을 북평으로 빼앗기기를 원하지 않는 눈치다.
남북한 적십자회담에 있어서도 한반도정세를 주시하는 북평은 이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으며 「하노이」 역시 마찬가지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평양은 「2개의 한국」이란 명제를 잠정적일지는 몰라도 거의 인정하려하는 것 같다.
북괴는 남북한의 정치제도를 그대로 온존시키는 안을 제안한바있다. 그러나 북평과 「하노이」는 대북이나 「사이공」과의 대화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유엔」에서의 유일한 대표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괴는 한국과 동일한 자격으로 「유엔」에서의 토의에 참석할 것을 요구하고있다.
이러한 차잇점들은 이들 각자가 당면문제의 성격차이에서 연유되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동일한 이유로 인해 그들의 적대국과 토의에 임하려한다는 데에는 일치한다. 그 이유란 미국이 전쟁과 통화위기로 많이 약화되었으며, 미국의 국민들은 더 이상자기들의 자녀들이 「아시아」에서 희생되기를 바라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일본의 대두는 「워싱턴」과의 문제타결에 유리한 여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 등이다.
월남의 「게릴라」들은 미국과 담판, 주월 미군의 철수를 불러오게 하려는 반면 북괴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기함으로써 한국에 사회주의운동이 다시 대두, 평화통일의 기회가 성숙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괴·월맹과는 달리 중공은 미국의 침공을 염려할 필요는 없고 대만문제를 제외한다면 지극히 장기적인 문제, 그리고 「아시아」에 있어서의 미일의 존재라는 보다 대국적인 문제에 관심이 쏠려있다. 「닉슨」대통령은 「아시아」의 정치적 군사적 평형 특히 월남과 한국문제에 관해 북평과 담판해야 한다. 월맹과 「베트콩」은 북평 회담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며 거기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이 이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괴는 중공의 외교적인 지원을 통해 자신의 고립을 면하려는 속셈에서 이에 박수를 보냈다.
중공과 월맹 및 북괴는 「아시아」밖의 사태에 대해서도 입장이 동일하지 않다. 소련과의 관계를 두고 보더라도 중공이 공개적으로 불화하고 있는 반면, 북괴는 그냥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있고 월맹은 원칙적인 우호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실론」에 대해서도 중공과 월맹은 「반다라나이케」수상의 좌파반란분쇄를 지지했는데 북괴는 그곳에서 외교사절이 쫓겨난바 있다.
강대국으로서의 중공전략의 미묘한 2중성은 월맹과 평양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각자의 문제는 각자가 독자적으로 다루어야한다는 이야기다.
한반도문제나 대만문제나 인지 각국의 문제가 다 그런 원칙으로 취급돼야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도 이들간의 결속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긴밀히 다져졌다.
중공의 월맹지원은 71년에 들어와 현격히 증가되었고 북괴와의 우호협력조약이 새로이 체결되었다. 중공·북괴 및 중공·월맹간의 군맹 관계가 금년만큼 대대적으로 기념된 적이 없었다. 이것은 각자가 독자적으로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군사적으로는 상호 결속되었으면서도 외교적으로는 독자적으로 나가고 있는 상태를 두고 볼 때 「아시아」공산국들의 「전선」은 하나의 절대적인 지도자를 섬기고 있는 「바르샤바」동맹하고는 전연 성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르·몽드 지(31일)=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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