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 말하라』(일명 장보고 전) 연출과 안무 맡은 재일 교포 무용가 백성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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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에서 톱·클라스 무용가로 활약하고 있는 재일 교포 백성규씨(52·예명=도전 홍)가 중앙일보 창간 7주년 및 동양방송 개국 7주년 기념 공연인 예 그린·뮤지컬『바다여 말하라』(9월22일∼26일·시민회관)의 연출과 안무를 맡기 위해 일시 귀국했다.
전라북도 이리태생인 백씨는 휘 문 중학을 거쳐 연희전문 영문과를 졸업하고 39년 경 응 대학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도일했으나 시험이 끝난 뒤 도착하게 되어 유치진씨 등과 연극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백씨가 관계하고 있던 학생극단이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해산 당하자 백씨는 제정 러시아의 세계적 발레리나 알리아나·파블로바의 문하에 들어가 무용 공부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무용가들이 10세 전의 어린 나이부터 무용공부를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백씨가 무용 공부를 시작한 것은 21세의 청년시절이었다.
백씨는 44년 파블로바로 부 터 독립한 뒤 역시 발레리나인 복부지혜자 여사(일본 발레협회 회장)와 결혼하고 복부도전무용단을 창설했다.
그 동안 백씨가 가르쳐 배출한 무용가는 한국의 임성남·김절자씨와 일본의 현역 무용가 등 수백 명. 백씨는 이들 문하생들이 크게 이름을 떨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백씨는 해방 후 여러 차례 모국을 방문했지만 공연을 위해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
특히 평소에 뮤지컬·플레이나 오페라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번 고국의 뮤지컬 공연에 안무를 맡게돼 아주 다행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우리 나라 무용을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는 없으나 대체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음악과 무용에 재능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 나라 무용의 앞날은 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용이라는 예술의 특수성 때문에 무용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백씨는 우리 나라의 경우도 재능 있는 사람들이 중도에서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국립무용학교를 설립하는 따위의 구체적인 무용발전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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