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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 그 아이들이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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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30일 서울 도산안창호선생기념관에서 열린 ‘New Eyes 프로젝트’ 전시회.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직접 제작한 미술작품 1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김성룡 기자]

“강을 건너라. 폭풍우 치는 밤, 강을 건너라.”

 새하얀 도화지 위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배 하나가 떠 있다. 그 아래는 신문지를 오려 붙인 강물이 넘실댄다. 종이배는 거센 풍랑에도 끄떡없이 강물을 건넌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충남 예산의 A초등학교 5학년 민주(가명·11)의 미술 작품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입학 무렵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민주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그런 민주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21세기교육문화포럼(이사장 서상목)의 ‘New Eyes 프로젝트’를 접하면서부터다.

 지난해 9월 민주가 있는 지역아동센터엔 미술 선생님 한 분이 내려왔다. 21세기교육문화포럼 교육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문혜(53·여)씨다. 안씨는 매주 2~3시간씩 아이들과 함께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며 미술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가 찍어온 사진을 발표하며 자신감도 키웠다. 안씨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 사이 민주는 성격도 밝아지고 말수도 많아졌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도화지 속 종이배처럼 꿋꿋이 이겨낼 거예요.”

 지난 1년 간 안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충남 홍성·예산, 경기 용인 등 5개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미술수업을 진행했다. 주로 편부모·다문화 가정 아동들이었다. 홍성의 B초등학교 3학년 수연(가명·9)이는 엄마의 고향이 베트남이다.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했다. 성격도 소극적이 됐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매일 울기만 했던 수연이에게 웃음을 찾아준 건 카메라였다. 수연이는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맨홀 뚜껑에서 사람의 얼굴을 잡아내고 눈 쌓인 고목나무를 춤추고 있는 곰으로 묘사했다. 그때마다 안씨는 수연이를 따뜻하게 칭찬하고 격려했다. 수연이를 맡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한 교사는 “2학기부터 센터에서 반장을 맡을 만큼 수연이의 성격이 배우 밝아졌다”고 말했다.

 21세기교육문화포럼은 소외계층 아동들이 직접 사진 찍고 그린 작품 150여 점을 모아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안창호선생기념관 점진홀에서 전시회를 연다. 서상목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성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을 통해 길러진다”며 “미술을 통한 인성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윤석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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