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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감원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원가는 오르는데 출고가격은 올릴 수 없거나 또는 동업자들의「덤핑」때문에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적자가 늘어나고 불황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기업들이 즐겨 쓰는 타개방법이 곧 감원이다.
한결같이 경영, 합리화를 구실로 내세우고 있으나 감원은 그 동기에 따라 두개의 전혀 다른 각도로 풀이돼야 한다.
하나는 변동생산성에 목적을 둔 인력의 재배치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는 감원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규모 축소에 따른 인원감축이다.
효과는 마찬가지지만 감원동기의 차이가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우리 나라 기업에서 늘 커다란 병폐의 하나로 지적돼 온 인사관리의 난맥상을 제거, 그 효율화를 기하려는 것으로서 언제 건 있을 수 있고, 또 필요한 조치인데 반해 후자는 불황이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의 경우에 있어서도 불황과의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불황은 인사관리 면에서의 경영합리화를 더욱 촉구하게 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든 감원바람은 한전·석공·인천제철 등 굵직한 정부, 또는 산은관리기업체들을「스타트」로 해서대소민간기업에까지 널리 번지고 있다.
감원은 주로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자연 감 모 인원을 보충 않음으로써 실질적인 감원을 단행하고 있는「케이스」와 종업원 중 상당수를 한꺼번에, 또는 몇 차례로 나누어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뒤의「케이스」에서는 당연히 자연감원도 병행되고 있다.
감원실태를 업종별로 보면 소 모방이 가장 심하며 자동차·합성수지·면 방 등도 적지 않다. 수출업계에서는 가발이 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된 실태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소 모방업계 종업원은 지난 상반기 중에 무려 3천4백 명 이상이 감축됐다. 자동차 제조업계서는 지난해 하반기의 4백 명에 이어 1천명이 또 줄었으며 최근에는 신진자동차의 2백여 종업원 무더기감원조치가 노사분규로 번진바 있다.
화 섬의 한일합섬이 지난 6월중에 공원20%, 선경직물이 5백 명을 감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면 방 업계에서도 방 림 방적이 20%를 감원한 것을 비롯, 상반기 중에 약 1천명이 정리됐다.
「시멘트」업계의 동양·성신·충북 등 3사가 자연도태 인원을 보충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원 풍 산업이 인수한 대한양화서도 곧 대폭적인 정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다.
수출이 저조해지고 있는 가해업계의「톱·메이커」인 서울통상은 최근 6백 명의 공원을 휴직 처분했다. 이상과 같은 감원사태 중 어느 것이 불황과 직접 관계없이 노동생산성 향상에 목적을 둔 재배치 「케이스」에 해당하느냐는 것을 선뜻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면 방업 하나정도가 이 범주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보인다.
방 협에 의하면 면 방 업체 종업원 수는 작년 12월의 2만7천5백32명에서 지난 5월말 현재 2만6천7백66명으로 7백66명이 감축됐으나 1인당 생산량은 면사의 경우 하루 26·49㎏에서 29·73㎏으로, 면포는 32m에서 37m로 각 12·2%와 15·6%가 증가됐다.
종업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업체도 전혀 없지는 않다. 제분·맥주·고무공업 등 몇몇 분야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증가됐다. 가발업계도 총체적으로는 약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최근 조사한 바로는 20여 개 업종 74개 업체에서 상반기 6개월 동안에 약 4천명이 감소하여 고용문제가 자못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감원문제는 지금까지 단행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신규채용을 당분간 중지하는 사태도 큰 문제다.
국영기업체이지만 지난번 간부급 직원 1백56명을 감원조치한데 이어 최근 2백여 명 사원을 대거 지방으로 전출시킨 한전은 매년 10월중에 실시하던 고등학교 및 대학교 졸업예정자 신규채용시험을 올해에는 실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한전에서는 연평균 5백 여명의 자연도태가 있기 때문에 해마다 이를 보충해왔는데 작년에 이어 2년째나 신규채용을 않기로 한 것이다.
각각 1백 명 내외씩 정리한 석공과 인천제철 역시 한전과 같다.
이러한 경향은 결과적으로 민간기업에까지 번질 것이 틀림없으며 실제에 있어서「시멘트·메이커」들은 이미 신규채용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작금의 감원이나 기구축소사태가 주로 불황 때문에 축소경영을 할 목적에서 빚어지고 있는 만큼 인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중역 등 간부진의 수평이동이나 혹은 교류는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연초의 결산 주 총에서는 과거의 해보다 이동이 없이 유임사태가 많았으며 그 뒤에도 일부 국영기업체장의 교체와 이에 따른 약간의 이동을 빼고는 자못 조용한 편이었다. 지난 8월초 민영화된 대한 염 업에 화성사계임원이 대거 진출한 것도 불황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중견경영관리요원 이동이 이렇게 한산한 이유는 작금의 불황이 단순한 인력의 재배치만으로는 타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며 또 우리 나라 경영자의 자질이 일반적으로 낮아 교체해 보았댔자 별효과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변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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