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기업들 소액주주 마음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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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의 대주주들이 소액주주를 위해 배당을 포기하거나 기업들이 이익금으로 자사주를 사서 태워버리는 일이 늘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회사측이 소액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임원으로 국한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27일에는 의류업체 오브제의 최대주주가 현금배당을 포기했다. 배당포기로 생긴 돈을 기업홍보에 투자해 주주들의 이익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배당 포기하는 대주주들=올들어 지난 2월 말까지 대주주를 빼고 소액주주들에게만 배당을 주기로 한 상장.등록 법인이 38개나 된다. 거래소시장에선 대상이 지난달 27일 2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모두 소액주주에게만 지급키로 결의한 것을 비롯, 세기상사.캠브리지.한일건설 등 8개 업체가 대주주에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코스닥 등록사 중에서는 오브제를 비롯, 한국선재.농우바이오 등 30개 업체의 대주주들이 배당을 포기했다.

코스닥 등록사 중에는 보호예수 기간을 연장해 물량 압박을 덜어주거나 대주주들이 직접 지분매입에 나서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주가 관리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잡아보자는 몸짓이다. 코스닥 업체 중 한빛소프트 등 7개사가 올들어 보호예수 연장을 결정했다. 대흥멀티미디어를 비롯한 5개 코스닥업체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주식수 줄이는 기업=현대하이스코와 한국유리공업은 주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익잉여금으로 주식을 사서 태워버리기로 했다. INI스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주가관리에 나섰다.

이익소각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자기자본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주식을 사기 때문에 주식 가치가 높아진다.

실제로 이익소각을 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0일 4백44만여주(1백73억여원)의 이익소각을 결의한 현대하이스코는 이달 4일까지 주가가 5%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4% 정도 떨어진 것과 대조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INI스틸은 이사회에서 총발행주식의 10%에 해당하는 1천1백50만주를 매입해 소각키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INI스틸의 이 같은 결정 이후 각 증권사들은 이 회사에 대해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풀무원이 자사 주식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스톡옵션 부여용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10만주의 자사주 취득을 결의하자 그 때까지 하락하던 주가가 반등했다.

고전적인 주가관리 방식인 자사주 매입도 늘고 있다. 거래소 시장의 경우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25개사가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고 39개사는 자사주 매입펀드에 가입, 주가관리에 나섰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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