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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
태양이 포문을 열수록
바다는 더욱 깊숙이 무르다.
이 극한의 조화에서
시간은 번쩍이고
땅 위 평원이 흐른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벌거벗은 육체의 능선이
그대로 파해에 녹아든다.
백색 모래사장에 핀 오색 비치 파라솔.
저 버섯 같은 밀실에서
얼마나 뜨거운 사랑이 타고 있을까.
실오리가 행세를 못하는 이곳에선
그 속을 슬쩍 엿보는 것도
오히려 자연스런 예의가 아닐는지.
2
도시에서 시달리던 어느 순이가
나비안경을 쓰고 잠들고 있다.
한국의 순이가 저렇게 부푼<글래머>인줄은 몰랐는걸.
허나 아직은 포문이 열리지 않은 육체인가 보이.
모래 위에 뭣인가 끌씨 쓰곤
눈물짓는 감상가.
모래찜질로 초노의 요통을 퇴치하는 부자가
무덤에 들어가는 연습을 하고있다.
조개 껍질을 주워들곤
그 땅 뚫린 구멍 사이로
영겁을 헤아리듯 모래알을 세어보는 명상가.
어디선가 오존을 헤치며 스미는
참의 썩는 냄새.
3
달이 뜬다.
이 극한의 무대가 또 한번 뒤집힌다.
샤갈의 보라 빛이 마음의 안팎 자주를 칠한다.
바다가 금은의 비늘을 두른다.
오래 망각해 온 일이
생각나려고 한다.
이 때에 또 월급장이는
쥐꼬리만한 보너스를 생각해 본다.
real boon, real boon, real boon...
파도소리가 머리 위에 쏟아지듯
점점 높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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