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숙 <문학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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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은주가 30도 위로 올라가면 지체의 절반쯤은 떼어버리고 싶어진다. 이런 때의 옷은 간편한 게 제일. 대체로 집에서는 긴 옷을 입는 편이지만 여름엔 치마길이가 기온을 따라 상승한다. 금년엔 민아(12)의 흉내를 내어 나도 「큘롯·원피스」를 해 입어 보았다. 온돌방에서 「미니·스커트」가 주는 불편을 이 옷은 어느 정도 「커버」해주고 또 활동적이어서 좋다.
감은 목(목면)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여름옷은 모두 목으로 만든다. 금년에는 국산 「커튼」이 아주 잘나왔다. 무늬도 다양하고 구김도 덜 탄다.
여름은 태양 빛이 작열하는 계절. 그리고 사람은 미워지는 계절이다. 색과 무늬는 요란한걸 택하여 그 계절에 적응한다.
방학이 되면 한가해지니까 「홈·웨어」는 내가 만들어 입는다. 「패턴」을 가지고 만드는 때도 있지만 그냥 눈짐작으로 적당히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땀을 흘리면서 바느질을 하는 그 자체가 일종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금년에는 승무(8)와 강무(5)의 웃도리를 만들어 보았다. 틈이 없어서 시장에도 못 가고 원형도 못 떴다. 집에 있던 「부로드」자투리를 가지고 적당히 만들어 주었더니 아무래도 한 급씩 승격시켜야할 만큼 품과 길이가 모두 커졌다.
그래도 맨살에 그걸 걸치면 「러닝사꾸」(이 아이는 「러닝셔츠」를 그렇게 발음한다)처럼 달라붙지 않아 좋다고 꼬마는 신이 났고,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하다는 승무의 평이다.
이사가는 친구가 주고 간「비닐·.풀」. 거기에 물을 넣어 놓으면 물개처럼 아이들은 종일 즐겁다. 그들에게 마실것을 권하면서 나무 그늘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일찍 돌아온 아빠가 반바지차림으로 거기 합석하면 이웃이 미안해질 정도로 요란스런 웃음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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