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대법 원장의 결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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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일 민복기 대법원장은 7시간에 걸친 제2차 대법원판사 회의를 마치고 비장한 결의아래 「모든 책임을 지고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또 2일과 3일에 열린 대법원판사 회의에서는「검찰의 사법권침해」를 확인한 뒤에 대법원장과 대법원판사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법권독립을 수호하겠다」고 기본 태도를 밝혔다 한다.
사법부 의장인 대법원장과 최고법원인 대법원판사들이 박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사법의 독립을 확보하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방안을 제시하게 된 것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민사지법의 7개 지적사항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요 있을 수도 없는 사실이나 이러한 사실이 정말 있었다고 한다면 법원판사들이 허약했기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비평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법관들이 보다 의연하게 검찰의 청탁이나 검찰의 압력을 배제했더라면 어떻게 검찰이 그러한 불손한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하여 판사의 「지나친 협조」를 나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검찰관은 담당사건에 관해서는 공개된 법정 외에서는 법관에 대하여 사건을 소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거나, 청탁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공판 심리의 공개를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검찰이나 변호인이 법정 외에서의 청탁이나 거래를 금지하고 국민의 감시 하에 재판을 공정히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검찰관이 담당사건에 대하여 사전에 간결 내용을 알려고 하여 도청장치를 하거나, 압력을 가하고 유죄판결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사법정의나 민주정치의 원리를 들먹일 것도 없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 아닌가.
법관들이 정풍운동을 시작하여 사건당사자의 압력을 배제하기 위한 자체정화의 노력을 시작한 것을 우리는 적극 환영한바 있었다. 이제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판사들이 일치 단결하여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겠다고 한 결의는 오히려 만시지탄이 있다할 것이다. 헌법상 제도적으로 사법권의 독립이 확보되어 있는 우리 나라에서 대법원장과 대법원판사며, 각급 법원판사들이 진정으로 합심하여 사법권을 수호하기로 다짐하고 이를 견지하고 나가면 사법권의 독립은 주체적으로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법관의 생활이 법에 하등의 어긋남이 없고 양심에 꺼릴 것이 없다면 어떠한 기관도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한편 사법부의 예산이 독립되어 있지 못한 현실에서 법관의 출장비가 신분 상응한 여비가 되지 못하여 불상사가 일어나고 있기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결연히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협조해 주어야할 것이다. 사법부의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은 정부와 국회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사법권의 실질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결심이 필요하다.
입법부는 헌법상에 보장되어 있는 사법권의 독립이 왜 위협 당하고 있는가를 조사하여 그 장애물을 제거해 주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법부의 실질적인 독립을 보장하기 위하여서는 행정부 수반의 사법권 독립보장에의 결심이 또한 절실한 것이다. 대통령이 사법부에 대한 검찰의 간섭을 배제하도록 지시하고 예산을 증액하도록 요망하면 사법부의 독립은 현실적으로 보다 잘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면담이 상호간의 이러한 결의의 교환을 위해 양부에 다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그 실현이 있기를 바란다.
사법권의 독립은 법적·제도적으로는 이미 보장되어 있기에 그 실천적인 보장은 법원이 판결을 통하여 전취해야만 하는 것이요 일거에 해결되는 것으로 알아서는 안될 것이다. 법원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요 행정부와 입법부도 계속적으로 사법권의 독립이 보장되도록 협력해야할 것이다. 사법부와 행정부는 냉철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이번 파동을 수습하여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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